목록사촌 동생 (3)
모험러의 책방
사촌 동생의 결혼식은 화려했다. 소박한 결혼식을 상상했던 나는 살짝 당황했다. 아니다. 화려하지 않다. 아마도 내가 본 결혼식이 다들 하는 수준의 '소박한' 결혼식이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곳은 서울이었다. 남들만큼 먹고, 남들만큼 입고, 남들만큼 사는 것의 기준이 남들만큼이나 남다른 곳 서울이었다. "누가 봐도 이 두 사람은 드라마처럼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보증해주지는 않습니다." 결혼식에서 들은 주례사 중의 일부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드라마처럼 시작해, 동화처럼 끝맺음 짓기를 기원한다. 12/08/18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 결혼하는 사촌 동생을 만났다고 한다(http://anatta.tistory.com/110). 엄청 멋있어졌단다. 사촌 동생의 최근 행보는 이렇다. 대기업, 그것도 사람을 아주 조금 뽑는 직종에서 일하다가 때려치우고 나왔다. 그리고는 작은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근 동선이 같았던 한 아가씨를 우연히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같은 회사는 아니다). 뭔가 이건. 이건 마치, 에 나오는 톰 아닌가!(웃음) 영화 같은 삶이라 하지만, 삶은 원래 극적이었다. 영화가 삶의 그림자인 것이지. 확실히, 인연이 닿게 하는 것은 신이되,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인간이다. 그러니 운명이냐 자유의지냐로 싸울 필요 없다. 둘 다 옳다. 이것이 나레이터 어조가 마지..
막내 고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결혼한다고 자신에게 '통보'해 왔다면서 웃으신다. 결혼식 준비도 다 해놨고 살 준비도 다 해놨으니 결혼식에 몸만 오시면 된다고 했단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가볍게 하며 부조도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집은 결혼할 사람과 각자 살던 방을 빼고 서로 반반씩 부담하여 전셋집을 얻어놨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결혼을 준비하고 그것을 부모에게 '통보'하는 사촌 동생이나, 그 이야기를 "참 재밌지 않니?"라며 전해주는 고모나, 참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할 아가씨 쪽도 만만치 않다. 사촌 동생이 여자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장인어른 되실 분이 "그래, 내 딸과 결혼하실 분이라면서요?"라며 정중히 묻더란다. 남 얘기하듯이. 껄껄. 도자기를 굽는 분이시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