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 수 있다
11월 그믐 칠야 캄캄한 밤, 어느 한적한 길을 걷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뭐라 뭐라 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가 귀 기울여보니 어떤 아가씨가,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외치고 있는게 아닌가. 처음엔 조금 우스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사람들이 듣던 말던, 내리 큰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난할수있다!!" 그것은 무언가, 애가 끓는 듯 하고, 한숨을 쉬는 듯 하고, 울음을 삼퀴는 듯 하고, 설움이 사무치는 듯도 한, 애잔한 소리였다. 대체 무슨 시름이 있기에, 찬 겨울밤, 이리도 애달프게 부르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아가씨의 가슴앓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은 그저 제 갈길을 가고, 달님은 귀를 막고 겹구름 뒤로 얼굴을 감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