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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만일 주도 요인이 발아 상태이거나 단지 기미가 보이는 것이라고 할 때, 그런 주도 요인을 탐지해내고자 하나 그것조차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의거할 아무것도 없고, 나를 실어갈 일말의 유리한 요인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요컨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무엇인가 할 경우 위험을 무릅쓰게 될 것은 물론이고 숙명적으로 파멸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아름답고 비극적이며 영웅적일지 모르겠으나 그다지 효과는 없는 일이다. 형세를 평가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유리한 기미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기다려야 한다. 알다시피 세상은 쇄신을 멈추지 않으며 내가 개입된 상황이 쇄신되는 가운데 내가 다시 의거할 수 있는 다른 형국이 반드시 진행될 것..
「'긴장-이완', '펼침-접힘' 또는 '질서-무질서', '도약-쇠퇴': 모든 역사는 냉혹하게 '고저의 기복을 따라' 진행된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투사된 어떤 형이상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내재해 있는 필연성에 따른 것이다. 즉, 작용 중인 요인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필연적으로 고갈되고, 그것을 보충하는 요인에 의해 대체된다. 그러므로 규제적인 역학이 생성의 각 단계마다 본래부터 내재해 ― 가장 신중한 방식으로 ―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규제적 역학이 모든 역사적 상황을 조작 가능한 장치로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전략은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하지만, 인류가 나아갈 도덕적 방향의 역할을 할 정도로 그렇게 지속적으로 실생활에 적용된다. 따라서 사물의 흐름 속에서 작동 중인 경..
김훈 선생은 우리나라 시 속에 수많은 '누님'이 있고 그 '누님'들만 모아놓아도 사전 한 권은 나올 테지만, 김용택의 '누님'이 빠진다면 그 사전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용택 시인의 시 에서 누님은 누군가를 몹시 기다리지만, 누님이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다. 우리의 모든 서러움과 외로움, 그리움은 모두 기다림에서 나온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참된 사랑은 시작된다. 「비로소 나는 누님의 따뜻한 세월이 되고, 누님이 가르쳐준 그 그리움과 기다림과 아름다운 바라봄이 사랑의 완성을 향함이었고 그 사랑은 세월의 따뜻한 깊이를 눈치 챘을 때 비로소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님, 오늘밤 불빛 하나 오래오래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뜻을 알겠습니다. 누님, 누님은 ..
오지않는 님 전화를 기다리며 뜬눈으로 지새던 밤 하늘, 달, 별, 바람, 풀벌레, 허공, 침묵― 친구들은 이미 다 내 곁에 와 놀자고 보채고 있었건만 무엇을 그리도 애타게 기다렸던지 보다 답답해진 달이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던 밤 . . “나는 쉰 살이 넘어가면서 50년 묵은 내 우울을 떨쳐버렸는데, 그건 대단한 경험이 아니에요. 애인한테서 전화가 안 와서 짜증 내다 전화가 오는 것, 인생은 그런 건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전화라는 게 원래 없는 거라는 걸 안 거예요. 언젠가는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 그걸 알고 나서 우울을 벗어버렸죠.”* 12/09/28 * 김창완 아저씨의 말. , 2008년 12월호에서 봄. 산울림 -
친구 셋과 마음이 후련해지는 이야기를 하고 학교로 들어오는 길, 하늘을 올려 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새로웠다. 행복했고, 이것으로 충분했다. "진부한 이야기를 또 하자면, 인생이란 그런 설레고 달콤한 기다림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우리 마음의 붉거나 푸르거나 노란색 불꽃을 점점 태우고 난 비명 같고 절규 같은 하얀 불꽃만을 남겨둔 장작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삶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같이 기다림을 결코 놓을 수 없는 운명에 올가미 씌어져있다. ··· 이제 멀고 먼 것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법을 깨우쳤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하늘의 구름과 푸른 천공과 단풍같은 별자리를 바라본다. 이것이 나의 고도이다."* 12/08/30 * 장정호, , http://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