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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일단 자연과 진화에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책의 저술 동기가되고 내 삶도 바꿔놓은 세포의 삶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수십 억 년 동안 세포의 모임은 스스로의 생존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생물계에 사는 다른 유기체의 생존 가능성도 높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평화의 메커니즘을 가동해왔다. 몇 조나 되는 개체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한 공동체는 존재하며, 건강한 인체라고 불린다. 분명히 세포 공동체는 인간 공동체보다 더 잘 돌아간다. 세포 공동체에는 "왕따" 세포도, "노숙자" 세포도 없다. 물론 세포 공동체가 심각한 불협화음에 빠져 일부 세포가 공동체와 협력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암은..
「그렇다. 실제로 역사는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는 아직 선택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 우리가 이미 한 선택들로 인해 과연 우리는 칸트가 그렸던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인지 아니면 그와 반대로 2세기 동안 삼위일체 원칙[영토/국민/국가의 동맹]이 부단히 주창되고, 단단히 자리 잡고 마음껏 장려되어온 후 현대의 모험이 시작된 당시보다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진 것은 아닌지 말이다. 단순히 인간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세상이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거기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인간적인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것이 담론의 대상이 되었을 때만 그렇게 될 수 있다. ······ 오직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함으..
「오늘날 정치적 담론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공동체가 바로 글로벌 커뮤니티이다. '인류의 완벽한 통합'이라는 칸트의 비전에 부합하는,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함하는 이 공동체는 오늘날의 난민들을 그들이 내버려져 있는 사회정치적 공백으로부터 끌어내줄 것이다. 모든 공동체는 상상된 것이다. '글로벌 커뮤니티'도 그러한 법칙의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정치적으로 유지되는 집단적인 자기 정체성 확인과 자치 제도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 상상은 손에 잡히고,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통합시키는 힘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다. 전에 그러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 현대의 국민들의 경우가 그러했는데, 현대의 주권국가와 좋든 싫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결합했던 것이다. 상상된 ..
「왕부지는 을 보는 두 극단적 관점의 오류를 밝힌다. 그 오류의 하나는 을 도덕론으로서만 고찰하여 에 내포된 투시력을 간과해버리는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을 운명서로서만 고찰하여 예견능력의 토대인 도덕적 요소를 간과해버리는 관점이다. 사실 은 다음 두 가지 측면을 갖추고 있다. 하나는, 사람은 운행으로서의 모든 생성에 내재하는 일관성의 개념 ― 연속과 변이, 시초와 성향 ― 에 의거할 때 비가시에 이를 수 있으며 그 효능성과 맺어져 경향을 탐지하고 변화를 예견할 수 있음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생성에 관련된 모든 징후는 때로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운행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반면, 정도로부터 탈선할 수도 있는 까닭에 항상 윤리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은 사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도덕성이 ..
「오늘날 유권자의 상상력에 호소할 수 있으며, '좋은 경제 정책'은 '좌파적 경제 정책'일 수 있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뚜렷하게 '좌파적' 비전이나 신뢰할 만한 강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3의 길'이라는 사유 노선을 따를 때 '좌파적'이라는 것은 우파가 완수하길 원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보다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처 하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던 생각, 즉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개인과 가족들만 존재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무자비한 개인화, 사사화[민영화], 규제 완화라는 생각에 제도적 토대를 놓아준 것은 블레어의 '신노동당'이었죠. 프랑스의 사회적 국가를 해체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프랑스 사회당이었습니다. 그리고 동부와 중부 유럽의 '탈-공산당' 정당들 ―..
「의미 있는 일에서 공동체가 하는 역할을 꼭 손으로 하는 기술노동에만 제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가상의 주택금융중개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먼저 예전 은행원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19세기 미국에서는 은행이 영업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돈을 맡기려면 은행을 신뢰해야 했고, 은행원은 대출해주기 전에 돈 빌리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해야 했다. 은행 업무의 역사를 연구한 어느 역사사회학자가 쓰듯이, 일반적으로 "은행원이 얻는 이익은 더 큰 지역사회의 이익과 하나이자 동일한 것"이라고 믿어졌다. 우리는 젊은 부부 앞에 앉아 그들의 신용도, 즉 인격에 대한 견해를 갖기 시작한 은행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의 성격은 공동체를 통해 ..
「스피드숍이 일과 여가 사이의 갈등에 대해, 또 일과 여가가 결합된 인생으로 서서히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무엇인가 가르쳐줄 수 있을까? 직업 공동체와 겹치는 것이 바로 소비 공동체다. 두 영역은 각 구성원의 삶 속에서 겹쳐지며, 스피드숍은 이렇게 겹쳐진 부분이 사회적인 것이 되는 장소다.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자동차광이 아닌 사람은 없고, 찾아오는 고객들 중 자기 차의 기본적인 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없다. 그들은 심지어 서로의 엔진에 관한 세세한 사항까지 알고 있다. 스피드숍에서 일하는 기계 수리공은 수년 동안 똑같은 크랭크축을 여러 번 봤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크랭크축에 달린 평형추에 유성 연필이나 펜으로 적어놓았던 것을 알아보고, 매번 다시 조립할 때마다 작업일지를 다듬고 베어링 허용..
'효율적 시장'을 위해 짜맞춰지고 갈려나가는 인간들. 경제학에서는 이론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론을 위해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영향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서구 사회는 수세기에 걸쳐 차근차근 스스로를 분석하고 작은 단위로 쪼개왔는데 ― 개별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공동체 감각의 쇠퇴와 동시에 증대되어왔다 ― 특히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 이후 가속화되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요즘 사람들이(물론 자기 자신은 예외다.) '점점 파편화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다'고 본다. 경제적인 세계관의 핵심에 이러한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면 ― 이 세계관은 우리의 심층적인 과학적 전통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 그것은 그것이 묘사하는 사회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그러고 보니 율곡이 제시한 유교의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지식'이다. 이 키워드가 유교와 불교를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학문'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자신과 외계의 지식을 획득하고 판단력을 키우는 적극적 활동이다. 『격몽요결』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 노릇을 하자면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란 무슨 남다른,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다. 일상적 삶에서, 관계와 거래에서, 일을 적절히 처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뿐이다. 산에서 한 소식을 하거나,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얻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공부를 안 하면, 마음은 잡초로 뒤덮이고, 세상은 캄캄해진다. 그래서 책을 읽고, 지식을 찾는다. 지식이 길을 밝혀줄 것이니, 오..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규제완화를 외치며 기꺼이 안전규제를 무너뜨리는 정부, 좋은 시절에는 명령하고 군림하다가 위기가 닥치면 먼저 도망치기 바쁜 리더, 부도를 내도 사기를 쳐도 교주놀이하며 신도를 착취해도 한 번 재벌이면 일가족 대대손손 항로를 독점하고 여객선 굴려가며 계속 재벌 노릇 할 수 있는 자본가, 나날이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자기 일에 대한 장기적 전망과 사명감을 가질 수 없는 노동자, 돈 없으면 단 한 번 실패와 단 한 번 운 없음으로도 곧바로 죽음의 공포가 닥쳐오는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소시민,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이고 개인의 비즈니스일 뿐으로 더불어 산다는 개념은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아가고 있는 공동체, 아, 이것이 세월호 참사가 매시간 매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