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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밤의 손님 본문

명문장, 명구절

자본주의는 밤의 손님

모험러
「자본주의는 수직적 위계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역사가의 눈으로 볼 때 이 위계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역사가로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를 보고 또 보아도 전부 나름의 위계가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들의 위계를 살펴보면, 결국 꼭대기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특권과 권력을 누립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늘 그러한 위계가 있었습니다. 13세기 베네치아나 구체제하의 유럽에도 있었고, 티에르 총리가 활동하던 프랑스나 1936년의 프랑스에도 있었습니다. 이때 프랑스 대중의 구호는 '200개 가문'의 권력을 배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밖에 일본에도, 중국과 오스만 제국, 인도에도 수직적 위계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역시 위계가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도 자본주의는 없던 사회적 위계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위계를 이용했습니다. 자본주의가 시장이나 소비를 새로 만들어냈던 게 아니라 이용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밤의 손님'입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졌을 때 자본주의가 당도한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수직적 위계라는 문제 자체는 자본주의 너머의 문제이고, 자본주의를 초월하는 문제이며, 자본주의가 출현하기에 앞서 존재하며 자본주의를 통제했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비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수직적 위계는 철폐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아무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길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적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명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문제 중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수직적 위계 ―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것 ― 를 파괴해야 하는 것일까요? 1968년에 장 폴 사르트르는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 p. 88 ~ 89.

14/06/19

*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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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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