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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혁명, 혜강 최한기 본문

명문장, 명구절

유가의 혁명, 혜강 최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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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가는 왕양명 선생의 심학(心學)에서 정점을 찍은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혜강 최한기 선생의 기학(氣學)이 떡하니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하늘 높은 줄을 몰랐구나. 아래는 도올 선생의 말.

「그러나 최한기의 경우는 정황이 완전히 다르다. 최한기는 주자학과의 결별을 선언한다든가, 주자를 의식하면서 주자학의 해석논리와 다른 해석논리를 정립한다든가, 혹은 고경의 오리지날한 의미의 발굴에 신설을 제창한다든가, 혹은 경학의 새로운 체계를 수립한다든가 하는 일체의 해석학적 행위가 근본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다산 형님이 뭐라 말씀하셨든 이퇴계 형님이 뭐라 말씀하셨든 혹은 주자 어른께서 뭐라 말씀하셨든 혹은 공맹 성현께서 뭐라 말아잡쉈든 그 따위 것은 이미 혜강의 문학의 대상이 아니다. ... 혜강의 서물을 처음 펼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하나의 반란이며 일대 혁명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

이것은 단순한 저술형식의 전변(轉變)이 아니다. 이것은 곧 그의 학문세계가 경학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며, 경학의 치학방법에서 일탈했다는 사실은 곧 경학이라는 상징체가 집결하고 있는 문명의 테두리 밖으로 뛰쳐나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혜강의 저술행위는 하나의 방법론적 연변(演變)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문명의 창조을 위한 도약이며, 그것은 실로 창조자의 공포에 속하는 것이다.」*

13/09/23

* 도올 김용옥, <독기학설: 최한기의 삶과 생각>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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