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성인의 병 본문

명문장, 명구절

성인의 병

모험러
「용숙이 문지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재주는 미묘합니다.
제게는 병이 있는데 선생께서는 고쳐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마을에서 칭찬하지만 영예롭게 여기지 못하고,
나라에서 헐뜯지만 욕되게 여기지 않습니다.
얻어도 기쁘지 않고 잃어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삶도 죽음처럼 보이고 부유함도 가난하게 보입니다.
사람이 돼지처럼 보이고 내가 남처럼 보입니다.
집에 있어도 여인숙처럼 느끼고
우리 마을이 오랑캐 나라로 보입니다.
이처럼 병이 많아서
벼슬과 상으로도 권면할 수 없고 형벌로도 위압할 수 없으며,
성쇠와 이해로도 바꿀 수 없고
애락으로도 교화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임금을 섬기거나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처자를 거느리거나 하인을 다스릴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무슨 병일까요? 무슨 수를 써야 고칠 수 있을까요?"

문지는 용숙에게 햇볕을 등지게 하고
그의 가슴을 들여다보고 대답했다.

"오! 저는 선생의 가슴을 보았습니다.
보아하니 넓이 한 치만큼이 비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거의 성인에 가까운 것입니다.
선생의 마음은 6개의 구멍은 비어 있어 유통되고 있는데
1개의 구멍이 막혀 트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선생께서 성인의 지혜에 이르렀으면서도 그것을 병이라고 여기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저와 같은 재주로는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 열자, <중니>

에고가 거의 녹아 사라졌지만 마음 어딘가 1개의 구멍에서 아직 약간 남아 있는 상태인가 보구나.

13/09/21

* 묵점 기세춘, <동양고전산책>에서 인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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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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