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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없는 자본주의: 파괴와 혁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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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필연이 아니고 우연이며, 자본주의 등장에 산업혁명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농업혁명이었다는 생각은 새롭지 않다. 그것은 모리스 돕, 보르디가, 로버트 브레너, 엘린 메익신즈 우드와 같은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발전시켜 온 생각이다. 이들에 대한 지적인 빚을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쉽다. 또한 마르크스의 주장은 이러저러한 것이라 규정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1차 자료에 해당하는 참고문헌(마르크스 자신의 저작)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학문적으로 불성실한 것이다. 그 규정이 엉뚱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농업이 초보적인 재생산 단계에서 벗어나서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었던 것이 장기적 안목을 갖춘 지주들 때문이었다는 마르크스주의적 견해", "나는 마르크스주의적 견해의 역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즉, 새로운 사회적 관계는 영국 농업변화의 결과였지 원인이 아니었다.", "마르크스는 임금 인하에 대한 압력이 산업체제의 핵심요소이자 산업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보았다." 같은 언급들.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거꾸로 이해하거나 핵심을 잘 못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문화체제를 강조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등장엔 물질적 요소만큼이나 문화적 요소가 중요했다는 베버의 영향을 받은 주장은 귀 기울일만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만약 자본주의가 아닌 어떤 다른 사회가 앞으로 출현한다면, 그것 역시 수많은 우연이 결합한 결과일 것이며, 동시에 어떤 새로운 문화 혹은 정신이 점차 사람들 다수를 사로잡은 것의 결과일 것이다. 어떤 우연과 어떤 문화일까? 새로운 정신을 가진 새로운 사회의 싹을 내면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알 수 없다.

13/01/05

* 조이스 애플비, <가차없는 자본주의: 파괴와 혁신의 역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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