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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라는 전투 용어 본문

명문장, 명구절

은어라는 전투 용어

모험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굴욕과 불행에는 반드시 행복한 진실과 지배적인 권리 전체에 대해 반항하고 투쟁하려는 최대한의 비참한 결의가 존재한다. 비참이 벌이는 무서운 투쟁은 어떤 때는 계획적이고 어떤 때는 폭력적으로 해롭고도 사납게 날뛰듯 악덕의 바늘이나 죄악의 몽둥이를 휘둘러 사회 질서를 공격할 때도 있다. 그런 투쟁의 요구에서 비참한 은어라는 하나의 전투 용어가 만들어졌다.

 

은어는 언어가 어떤 좋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해 위장하는 하나의 탈의실이다. 언어는 탈의실에서 언어라는 탈을 쓰고 비유라는 누더기를 입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언어는 무섭게 변모한다.

 

그것은 얼핏 인간의 말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인간이 아닌 짐승들의 소리에 가깝다. 그것이 바로 은어다. 은어는 한마디 한마디가 더럽고 추한 뭔가 없는 미묘한 짐승의 성질을 갖는다.

 

그것은 어둠 속에 깃드는 이해할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신비한 수수께끼처럼 어둠을 더욱 짙게 하고 이를 갈기도 하고 소곤거리기도 한다. 불행은 어둡고 죄악은 암흑과 같다. 개의 어둠이 서로 하나로 섞여 은어가 되는 것이다. 공기도 어둠이고 행동도 어둠이고 목소리도 어둠이다. 말들은 무서운 두꺼비와 같다. 비와, 밤과, 굶주림과, 악덕과, 허위와, 부정과, 알몸과, 질식과, 겨울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안개 속을 오가며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기어 다니며, 질질 침을 흘리고, 괴물처럼 들끓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처참한 그들에게 햇볕이 몹시 내리쬐는 대낮과 같은 것이다.

 

은어는 인간이 동의하든 말든 그것만의 어법과 시를 가진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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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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