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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맨발로 뛰는 뇌′에서 발췌한 구절들

모험러

존 레이티·리처드 메닝, 맨발로 뛰는 뇌, 이민아 옮김, 녹색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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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전분이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둔 문명병은 전분이 낳은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생태계 복원에는 식물 종자가 아니라 불, 그것도 포효하듯 이글거리는 불길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땅속에 잠들어 있던 휴면 종자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개중에는 몇 백 년을 휴면 상태로 있던 종자도 있었다. 우리 몸 안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 유익균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몸 안에서 잘 살아남아 번성할지는 미지수고 초원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가 그랬듯 이것은 그저 종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최근 새로이 떠오르는 논쟁의 핵심은 당이 독성 물질이며 우리를 괴롭히는 질환들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탄수화물도 책임이 있다.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당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는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운동이다.


움직임 없는 생활 습관은 인지 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우리 뇌가 정보를 두 시간 동안 받아들였다면, 그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한 시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얻지 못한다면 이해하지 못하고 끝나는 거죠. 영리함과 지혜로움의 차이는 하룻밤 사이에 두 시간을 더 자고 덜 자고로 결정됩니다."


스틱골드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 스물네 시간 중 여덟 시간 반은 반드시 자야 한다. … 요는 간단하다. 졸리면 자라.


지금까지 언급한 연구 결과들은 명상이 수렵 부족인들의 의식 상태와 유사하다는 것을 짚어 준다. 명상이라면 흔히들 휴식 상태라든가 세상에서 물러나 멈춰 있는 상태를 떠올리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명상이란 지금 이곳에 주의를 집중하는 각성 활동이며, 야생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의식 상태다.


지각 능력의 향상이 명상의 척도라는 점은 초창기 실험에서 일찍이 밝혀졌으며, 신경 과학적 특징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널리 증명되고 있다. 명상할 때의 의식 상태를 살펴보면 감마파가 뇌 전체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특성을 띤다. 감마파는 다른 뇌파에 비해 고주파로 나타나지만, 흥미로운 것은 뇌 전역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뇌는 수많은 주파수로 온갖 방향에 신호를 쏟아 내는 복잡한 뇌파의 불협화음으로 움직이는데, 활동 중인 정신의 뇌 전도가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런 그림이다. 그러나 관현악단의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면서 무질서한 소리를 내다가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화음을 연주하는 것처럼 명상을 하면 무질서하던 파동들이 공통된 패턴으로 동기화되아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신경 회로′라는 용어를 들으면 뇌를 일종의 회로판, 그러니까 뉴런들이 미세한 전선들로 연결되어 있는 회로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심오한 효과를 설명하는 데는 라디오에 빗대어 설명하는 게 훨씩 적합할 것 같다. 각각의 뉴런을 일정한 주파수로 맞춰진 라디오처럼 뇌 어딘가에서 발생한 일정한 파장을 이 회로가 수신하는 것이다. 동기화된 파장은 더 큰 신경 회로를 모으게 되는데, 이는 그 채널에 더 많은 세포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슨은 이것을 ′위상 결속′이라고 부른다.


"뇌가 소음 속에서 동기화하지 못하고 배회한다면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와도 배경 소음 속에 묻히기 십상이다. 돌멩이를 창창한 바다 한가운데에 던졌을 때 잔물결만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격랑이 치고 있는 바다에서 그런 자잘한 물결을 감지해 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일어나는 파문은 사막의 바다코끼리처럼 곧장 눈에 띌 것이다. 고요한 뇌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데이비슨의 말대로라면 정신 건강이나 정신질환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와글와글, 재잘재잘 의미 없는 잡음이 뇌 속에서 배경음르고 끊임없이 깔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사람 많은 레스토랑의 소음처럼 말이다. 이런 상태는 정신 분열증, 조울증, 자폐증, 지적 장애, 뇌 손상 같은 정신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의 파장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정신적 반향실에 들어온 소음이 울려 퍼지다가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아우성으로 치솟으며 병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병적인 행동은 내면의 소음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 문제를 다룬 존의 초기 난문에서 이 폭풍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몸을 진정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몸과 정신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 맞닿아 있다. 명상은 정신의 배경 소음을 잠재워 주는 훨씬 더 직접적인 방법이다. 즉 명상은 정신을 쉬게 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정신을 정면으로 주시하는 활동이다.


우리의 신경 회로는 깨어 있는 의식 상태와 뜻밖의 보상에 쾌감을 느끼도록 설정돼 있으며 스트레스도 이 두 조건에 호응한다는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 그러니까 대다수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스트레스는 쾌감을 주지 못한다. 다만 평온한 삶에서 희비가 교차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쾌감을 줄 수 있다. 사폴스키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명상을 하는 동안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할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로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비하는 자세로 깨어 있는 의식 상태′는 수렵 채집인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진화는 인간의 몸이 이런 상태에 도달했을 때 보상을 받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인 상태는 소음이 있느냐 없느냐, 스트레스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배불리 먹었느냐 굶었느냐, 깨어 있느냐 잠들었느냐의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두 상태의 중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이 준비되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 수련 자체는 그 어떤 특정한 목표도 추구하지 않고 인격의 도야도 명상의 목적이 아니다. 명상 수련은 기억술이나 선문답이나 문제 해결 같은 정신적 기예를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의 중심을 더 올바르고 경건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다만 생각이 흘러다니는 회로판을 고요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뿐이다.


괴언으로 들리겠지만, 정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훈련한 것이야말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마음을 고요하게 했더니 면역 체계가 강화되더라고 말이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는 명상이 뇌 물질 증가와 연관이 있음을 보여 줬다. 학습, 기억, 감정 조절과 연관된 뇌 부위에서 회질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남아 있다. 


운동으로 근육이 변화하듯이 명상으로 뇌가 변화했다는 얘기인데, 이 말은 사실이다. 신경 과학이 밝혀낸 신경 가소성과 신경 생성이 뜻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명상 하나만으로 뇌가 재생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 다른 모든 요인들이 뇌의 변화에 기여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관계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건강한 관계를 맺느냐가 우리 뇌의 건강 수준을 결정한다.


대화 치료 같은 정신 요법이나 운동, 풍부한 영양 섭취와 달리 명상은 뇌의 건설 과정에 개입하여 의도적으로 뇌 조직을 형성시킨다. 우리가 개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개가 우리를 훈련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뇌도 그러하다. 명상 연구를 비롯한 신경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은 주도적인 훈련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뇌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데이비슨은 자신의 실험일에서 터득한 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스스로 자신의 뇌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정신을 집중할 때, 뇌는 우리의 손길이 닿는 대로 조각될 것이다."


명상은 일종의 구성 부품을 조정하고 정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가 거듭 이야기한 진화의 역사, 인간의 특성과 완전하게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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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거는 또 프로 연주자들을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 곡 하나를 내주고 자신들이 기억하는 최고 수준의 연주를 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익숙한 곡을 연주자들 자신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살짝만 변주해서 연주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중에게 이들의 연주를 평가하게 하자, 후자 그룹이 청중으로부터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랭거는 또 외판원들에게 상품을 소개할 때 판에 박힌 말투 대신 매번 새로운 말투로 이야기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매상이 증가했다.


이 마지막 실험은 랭거가 말하는 마음 챙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데, 마음 챙김이란 모든 면에서 그저 ′알아차리는 일′에 불과하다. 랭거는 피험자들에게 특별한 명상법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그저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는 법′을 알려 줬던 것이다. 새로운 것 알아차리기, 바로 이것이 진화가 수렵 채집인들에게 알려 준 생존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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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진화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 인간은 늘 소란한 상태 속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본성 안에는 최악의 것과 최고의 것이 공존하고 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그것을 제거해 버린다면 우리는 지금보더 더 열등한 존재가 될 것이다."(에드워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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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고정되어 있는 상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박자에 맞추어 함께 율동하듯 움직이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수십 년 동안 다뤄 왔던 그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만이 치료 효과를 낸다고 했다. 


… 그러면서 몸도 같이 굳어 버린다. 완전한 마비 상태는 아니지만, 신체 일부가 공포로 인해 실제로 얼어붙는 것이다.


판 더르 콜크는 공포와 정신적 외상은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로 우리가 계속 겪어 왔던 문제이며, 우리에게는 유구한 세월을 통해 검증되어 온 대처법이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판 더르 콜크가 이 문제의 대처법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리듬감 있는 움직임, 호흡 조절, 목소리 울림을 통한 방법을 찾아냈다. 또 판 더르 콜크는 요가 수련이나 중국의 오래된 건강 수련법인 기공을 권한다. 명상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장르의 춤과 찬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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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도파민은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는 당근이고, 우리가 얻는 최고의 쾌락은 예상된 보상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보상에서 나오게 된다.


"도파민 민감도 또한 감소한다. 도파민 수용체가 높은 수치를 예상하면서 하향 조절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괴테의 명언을 잘 설명해준다. 화창한 날씨만 연속되는 나날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


우리는 화창한 날씨만 연속될 사회를 설계하면서 도파민 보상을 제거했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대체할 만할 것을 찾아다닌다. 누군가는 산에 오르고 누군가는 롤로코스터를 탄다. 하지만 그 공잭을 중독, 특히 마약과 알코올로 채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마약과 알코올 둘 다 도파민 회로에 작용하고 이 회로에서는 하향 조절된 수용체들이 더 많이 더 많이를 외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이 꼭 좋은 전략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이 책에서 계속 주장해 왔듯이 진짜 문제이자 위험한 것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만성적이고 그칠 줄 모르는 습관들이다. 밤잠은 가끔씩 걸러도 무방하다. 어쩌면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날마다 그러면 곤란하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식단은 괜찮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으며 가끔씩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날마다 들이키는 대용량 콜라는 위험하다. 달리기 주자라면 몸을 쉬어 줄 때 근육이 붙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가끔씩 사자와 대결하는 것은 사자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 가끔씩 난제를 극복하는 생활은 미래의 스트레스를 막아 주는 예방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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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에 따라 난초과에서 민들레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것이 성장이고 스트레스를 통해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야생의 복원이다.


우리를 만들어 준 진화의 조건은 위안과 힘이 되는 바탕, 즉 어머니다. 그 힘을 그러모아 대담하게 다양성과 경이의 세계인 야생으로 탐험을 떠나자. 무언가에 부딪쳐 비틀거릴 뜨면 물러나 잠시 쉬면서 당신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면 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든 긴장이 풀린 상태로 쉬고 있든 안녕과 건강은 항상 안전하고 잘 먹고 안락한 상태가 아니다. 그보다는 두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우아하게 전진했다 후퇴했다 오가는 법을 배우는 것, 사자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안녕과 건강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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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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