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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 말하는 1만 시간 법칙의 오해, 오류, 진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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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 말하는 1만 시간 법칙의 오해, 오류, 진실

모험러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이들이 연습의 효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유일한 내용인 이 규칙은 몇 가지 점에서 오류가 있다.


첫째, 1만 시간이라는 숫자에는 특별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18세든 20세든, 이 학생들은 바이올린 거장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물론 이들은 분야 최고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매우 실력 있는 학생들이었지만, 내가 연구에 참여할 당시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였다. 또한 연습에 필요한 시간이 분야마다 다르다. 


둘째,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20세까지 연습한 총량이라는 1만 시간이라는 숫자는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일 뿐이다. 10명의 최고수준 학생 중 절반은 사실 그때까지 누적 시간이 1만 시간이 되지 않았다. 글래드웰은 이를 잘못 알고 해당 그룹의 '모든' 바이올린 연주자의 누적 연습 시간이 1만 시간을 넘는다는 잘못된 주장을 했다.


셋째, 글래드웰은 우리 연구의 대상이자 음악가들이 실행했던 '의식적인 연습'과 '연습'이라고 부르자면 부를 수도 있을 다른 활동들을 구별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그가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 사례로 들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1960년부터 1964년 사이 함부르크에서 있었던 비틀스의 살인적인 공연 일정이었다. ... [그러나] 비틀스는 1만 시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연습량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공연은 연습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로, 루이슨은 비틀스의 성공이 다른 사람의 곡을 얼마나 잘 부르고 연주했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작사와 작곡 실력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비틀스의 성공을 연습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려 한다면, 밴드 내에서 작사와 작곡을 주로 담당했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그런 실력을 키우고 발전시키게 해준 활동을 밝혀내야 한다. 


1만 시간 법칙의 마지막 문제점은 글래드웰 자신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특정 분야에서 1만 시간만 보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약속으로 해석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한 베를린 음악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 연구에는 이런 함의가 전혀 없다.

 

'누구든 특정 영역에서 체계적인 연습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은 여전히 해답이 없는 상태다. 다음 장에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약간의 생각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원래의 연구 어디에도 '그렇다'라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글래드웰이 분명하게 옳았던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언급할 가치가 있다. 사람들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온, 잘 다져진 역사가 있는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엄청난 양의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1만 시간은 아닐지 몰라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가 확인한 분야는 체스와 바이올린이었지만, 연구들을 보면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작가나 시인은 보통 10년 이상 집필 활동을 한 뒤에 자신의 대표작을 내며, 과학자가 최초의 연구를 발표하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연구를 발표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이 걸린다. 최초의 연구를 발표하기 전에 연구에 투자한 시간에 추가로 10년이 더해지는 것이다. 심리학자 존 R. 헤이스(John R. Hayes)가 작곡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해서 확실하게 탁월한 작품을 작곡하기까지 평균 20년이 걸리며 10년 이하인 경우는 결코 없었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려면 실로 오랜 기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근본 진리를 담고 있으며, 이를 아주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자신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핵심 메시지다. 만약 우리가 무언가를 몇백 시간 연습한다면 분명코 많은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스티브 펠룬의 200시간 연습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표면만 살짝 건드린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후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고, 지속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얼마나 나아지고 실력을 키울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특정 유형의 연습으로 달성이 가능한 실력 향상에 있어 한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는 것도 1만 시간의 법칙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 될 것이다. 훈련 기법이 발전하고 인간의 능력으로 달성 가능한 경지는 계속 갱신되고 있다. 인간의 노력을 요하는 모든 영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 과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대 수준을 한층 높일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이 멈추리라는 어떤 신호도 없다. 인간 잠재력의 지평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확장되고 있다.」*


16/10/26


* 안데르스 에릭슨·로버트 풀, <1만 시간의 재발견: 노력은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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