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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창조 연대기

모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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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 이 순간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설명하는 데 성공한 이론은 지금껏 없다. 자연의 네 가지 기본 힘들, 물론 중력도 포함한 이 힘들이 아마도 단 하나의 힘으로 결합한 모양이다. '모든 것을 위한 하나의 이론'이 나타난다면 대폭발의 순간을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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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에드윈 허블은 1920년대에 '후커 망원경'으로 빅뱅이론의 가장 중요한 증표를 발견했다. 우주의 성단들이 서로 간격을 벌려간다. 공간이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공동의 출발점을 가졌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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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콩알보다 작았다. 그런 다음 급팽창이 시작되었다. 원인은 아직 정체를 모르는 어떤 힘이다. 이 에너지는 반중력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우주를 10⁵⁰배로 팽창시켰다. 급팽창이론은 비록 사변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우주의 최초 순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연한 공간의 에너지 흐름을 통해 이후 우주의 구조가 결정되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나중에 더욱 많은 물질들이 결합했다. 이것이 성단과 성운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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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이 끝났다. 우주는 이제 수십억 광년의 지름을 가지고 쿼크, 뉴트리노, 전자들이라는 기본 입자들의 잡탕으로 채워졌다. 팽창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광속과 같은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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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쿼크가 각각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 및 그 반대 입자들을 만들어냈다. 쿼크와 반쿼크가 서로 다른 비율로 엉키는 바람에 정상 물질이 약간 많아졌다. 이런 비대칭성이 없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다시 파괴되고 우주는 오로지 에너지로만 채워졌을 것이다.


100초

우주가 식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로 뜨거웠다. 일부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를 녹여 헬륨 원자핵이 되었다.


1시간

양성자, 헬륨 원자핵, 전자가 공간을 휘젓고 다녔다. 발광체와 같은 플라스마가 생겨났다. 수백만 도가 될 정도로 뜨거웠다.


10만 년

원자핵과 전자들이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우주를 떠다녔다. 이런 카오스에서 빛은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 우주가 불투명했다.


40만 년

밝아졌다. 원자핵과 전자가 충분히 식어 함께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를 형성했다. 전자기장을 갖는 방사선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로 퍼져나갔다. 이게 바로 '빅뱅의 메아리'라고 하는 우주 배경복사다.


1억 년

암흑물질, 수소, 헬륨이 저마다 중력을 가지고 잡아당기며 최초의 별을 형성했다. 별의 내부에서 원자들은 탄소, 질소, 산소, 규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들로 융화했다. 이 별들은 고작 몇백만 년만 존재했다가, 파열하면서 무거원 원소들을 우주에 흩뿌렸다. 말하자면 다음 세대 별들을 위한 재료창고 역할을 한 것이다.


3억 년

왜소한 성단들이 서로 결합해 커다란 성단을 이루었다. 우리의 은하계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은하계는 오늘날 최소한 1000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90억 년

우리의 태양이 은하계의 한쪽 팔 부근에서 생겨났다. 태양은 우주의 가스구름이 충돌해 빚어졌다. 태양은 먼지와 가스의 원판으로 둘러싸였다. 많은 물질이 집중된 곳에서 행성들이 생겨났다. 지구는 그 가운데 하나다.


137억 년

인간이 등장했다. 인간은 예전에 별들을 탄생시킨 바로 그 원자들로 이뤄졌다. 태양은 오늘날 그 연료의 절반 정도를 소비했다.


15/02/12


* 토비아스 휘르터·막스 라우너, <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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