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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세상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신도 세상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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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5월 23일, 베네치아. 가톨릭 종교재판소의 곤돌라 한 척이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수도사 한 명을 산 도메니코 디 카스텔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다. 손님을 맞는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같은 종단 형제들의 따뜻한 환대를 누리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포로로서 곧장 지하감옥으로 끌려가 이른바 '마녀'와 난봉꾼과 미치광이들과 함께 감금되었다. 브루노는 감방 동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나중에 한 동료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했어요, 세상이 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신도 세상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요. 그리고 세상이 없는 신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들을 창조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교회의 유한한 우주론에 맞서 우주가 무한함을 정열적으로 주장했던 브루노는 1600년 2월 17일, 종교재판 끝에 장작더미 위에서 산 채로 불태워졌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판결을 받아들이는 자신보다 선고를 내린 종교재판소 법관들이 더 두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5/02/11


* 토비아스 휘르터·막스 라우너, <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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