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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분하고 애태우지 않는 사람은 공자라도 어찌할 수 없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발분하고 애태우지 않는 사람은 공자라도 어찌할 수 없다

모험러

「논어는 우리에게 최소한의 속수(束修)를 요구하고 있다. "논어가 과연 오늘날과 같은 변화된 환경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우리가 논어로 가려는 의지보다 논어는 우리가 팔짱을 끼고 있더라도 스스로 우리에게 오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안이한 요구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능히 도(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논어에 대하여 취하는 그러한 태도는 근본적으로 논어와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 논어는 문자라는 경직된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공자의 현존을 갈음하는 '말씀'이다. 생전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하고 말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의 현존을 갈음하는 어록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하고 말하지 않는 자에게 있어서 공자의 어록은 한낱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공자도 어찌할 수 없었던 자에 대하여 그의 어록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발분하지 않으면" 논어는 아무것도 깨우쳐 주지 않고, "말로 표현하고자 애태우지 않으면" 논어는 그 무엇도 발로시켜 주지 않는다. 논어는 바로 그런 특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논어는 거기에 다가가는 자에 따라 모든 것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논어는 수없이 존재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일찍이 자공은 "그 문을 찾아서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많음을 보지 못한다"고 천명했던 것이다.」*


15/01/22


* 이수태, <논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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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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