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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는 수신의 일환이지 의무가 아니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효도는 수신의 일환이지 의무가 아니다

모험러

맹무백이 효도에 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오직 그의 질병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것입니다."(위정/6)


「이것은 그가 효도를 의무의 각도에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도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논어에 있어서 효도에 대한 언급은 도무지 가부장적 권위를 동반하고 있지 않다. 효도는 단지 자식된 자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인격적 완성을 구현하는 것일 뿐이었다.


안인(安人), 즉 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논어세계에 있어서 지고의 목표라 한다면, 가족이라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추적인 사회에 있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부장적 권위에 기초한 의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중심을 둔 수기(修己)의 일환인 것이다. 유교의 발전 과정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지만 부모와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효도는 속성상 그것이 수기의 일환이라는 애초의 성격이 망각되고 무조건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거나 더 나아가 가부장적 권위에 의해 강요되는 규범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공자는 어쩌면 효도의 이러한 속성을 감안하여 젊은이들로 하여금 효도를 피상적으로 보지 말고 그 '근본'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였는지도 모른다. 


자유가 효도에 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날의 효도라는 것은 능히 부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개나 말에 이르러서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구별하겠느냐?"(위정/7)


자하가 효도에 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겉모습만으로는 효도가 되기 어렵다. 일이 있을 경우에 젊은 사람이 그 노고를 도맡고 술과 음식이 있을 경우에 어른이 드시게 한다 해서 과연 그것이 효도가 되겠느냐?"(위정/8)


공자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효도의 피상성이다. 그는 필시 효도의 피상성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효도를 무조건적 규범으로 인식케 하고 나아가 가부장적 권위에 굴종케 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다. 효도는 수기의 일환으로 자신에서 비롯하는 것이지 부모에게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자는 분명히 견지하고 있었다. 이 입장은 동양사에 있어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효도에 대한 피상적 강조, 이를테면 『효경』이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신체발부를 훼상하지 않는데서 시작하여 입신양명하는 데에서 마침"으로써, 효도의 근거도 결과도 모두 부모라는 절대적 권위에 이어져 있는 사유체계는 두고두고 동양사의 정신적 질곡이 되었다. 


... 효도는 이처럼 어짊의 특정 영역이며 더 크게는 수기(修己)의 기본적이면서도 전형적인 분야다. 따라서 효도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세상과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상의 현관과도 같은 것이 된다. 효도에 있어서 파탄을 보이고 있는 자는 그가 그밖의 모든 방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보이고 있더라도 그 성취의 진정한 속은 깨어져있다. 반대로 효도에 있어서 근접된 이해와 성취를 보이고 있는 자는 그가 그밖의 방면에 있어서 갖은 파탄을 보이고 있더라도 그 파탄의 한꺼풀 아래에는 그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효도에 대한 공자의 강조는 이렇듯 우리의 뇌리에 뿌리 박힌 권위주의적 효도와는 달리 인간의 자기완성이라는 전체적 구도 안에 있었다. 그것은 절실하고도 살아 숨쉬는 과제였고 공문의 다른 모든 덕목과 일관되어 있는 사고이자 입장이었다.」*


- 이수태


「아비와 다투는 아들이 있어야 아비가 무례한 짓을 하지 않고, 선비에게 다투는 벗이 있어야 불의한 짓을 하지 않는 법. 그렇다면 자식이 아비를 추종하기만 한다면 효도는 어디다 쓸 것이며, 임금에게 복종하기만 하는 신하의 충성은 어디다 쓸 것이냐. 자식이 부모의 말씀을 깊이 살펴 마땅한 것을 헤아려 좇는 것이 효요, 신하가 임금의 명을 살펴서 마땅한 것을 헤아려 집행하는 것이 충이다.」


- 『순자』


15/01/13


* 이수태, <논어의 발견>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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