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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은 가득차 있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공(空)은 가득차 있다

모험러
「진공처럼 보이는 그 무엇도 실제로는 충만하며, 이것이 우리 자신을 포함한 만물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인지하는 사물은 여기서 떨어져 나온 형태로, 이것이 처음 만들어져 유지되고 결국 소멸되는 충만한 공간을 생각해야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충만한 공간을 더 이상 에테르 같은 단순 매질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이러한 시각은 물질이 단지 3차원 공간에만 머무르며 움직인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앞서 말한 광대한 에너지 바다가 있는 전운동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바다는 4절에서처럼 다차원 내포 질서로 이해해야 하며, 반면 우리가 보통 관측하는 우주 물질 전체는 미세하게 들뜬 모습으로 취급해야 한다. 이렇게 들뜬 모습은 어느 정도까지 자율이며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 질서인 3차원 외연 질서에 반복과 안정, 분리된 모습으로 투영된다.

이 모두를 염두에 두고 현재 통용되는 우주 관념을 보자. 우주는 100억 년 전쯤 시공간의 한 점에서 빅뱅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반면 우리 관점에서 빅뱅은 잔물결 정도이다. (지구 표면) 대양 한가운데 가끔씩 우연히 모이는 수많은 잔파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이에 위상이 맞으면 작은 공간 영역에서 갑자기 매우 높은 파도가 아무것도 없다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듯이 일어난다. 아마도 이러한 일이 우주라는 광대한 에너지 바다에서 일어나 갑작스런 진동을 일으키고 여기서 우주가 탄생했을지 모른다. 이 진동은 밖으로 폭발해 잔물결로 나뉘며 이것이 밖으로 더 퍼지면서 팽창하는 우주를 이룬다. 이 우주에서 '공간'은 특별히 두드러진 외연·명시 질서로 그 안에 접혀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우주'가 에너지 바다와 무관하게 홀로 존재한다는 생각에는 한계가 있다(이 생각은 부분전체 개념이 유효한 영역에서만 성립한다). 예를 들어 블랙홀은 우주의 배경 에너지가 중요한 영역일 수 있다. 아니면 팽창하는 우주가 여럿일 수도 있다.

덧붙여 광대한 에너지 바다도 길이 10^-33cm보다 큰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계산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보통 시공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한계일 뿐이다.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것은 독단에 가깝다. 오히려 그곳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또 다른 영역 아니 수많은 영역이 있을 수 있다.」*

14/09/18

* 데이비드 봄, <전체와 접힌 질서: 물리학계 이단아 봄의 양자물리학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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