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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학문, 위기지학(爲己之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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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학문, 위기지학(爲己之學)

모험러
「유교만의 독특한 사유가 있다. 유학은 철상철하 ‘자기’를 문제 삼는다. 유학은 자기 너머를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구성하는 세계는 그와 맺고 있는 구체적 관계의 총칭을 의미한다. 그것은 가족관계일 수도 있고, 교유관계일 수도 있고, 몸담고 있는 직장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유학의 ‘자기’는 세계와 절연된 유폐된 자아가 아니면서, 그렇다고 전체나 보편에 자신을 헌납한 유리된 자아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유학은 내면성과 외면성을 이분화하지 않고 ‘구체성’에서 통합한다. 

유학은 이 구체적 관계에서 내가 나를 자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그로 하여 결과되는 보상은 이차적이다. 그는 그것이 자기를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일에 몰두한다. 그것뿐이다. 그는 “인(仁)이 바로 자신의 존재이며 의미이기 때문에 그것을 구현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실현은 오로지 전적으로 ‘나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인(仁)이 어디 멀리 있겠는가. 내가 인을 바라면 그것은 곧 나에게 있다.”

그래서 그는 타인과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그가 추구하는 것이 재산이나 명예, 부 등의 경쟁적 가치라면 원망과 불평이 없을 수 없지만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전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불평할 대상이 없다. 공자는 말한다. “화살이 과녁에 꽂히지 않으면 화살을 탓할 것인가. 과녁을 탓할 것인가. 스스로를 돌아볼 뿐이다.” 이것은 영웅적 기획이다. 삶을 둘러싼 외면적 영향력을 궁극적으로 무화시키고 내면성의 자발성에 전적인 힘과 책임을 부여한 철저한 개인주의의 기획이다.

그것은 자기의 전 존재를 건 도박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 존재의 요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도(道)는 한시도 ‘자기’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인간적 조건으로서 너무나 분명하고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유학은 바로 그 자리를 삼가고 두려워한다. 내 속에는 나도 어찌해볼 수 없는 ‘자기’가 있다. 신독(愼獨). 이 자기의 입법자와 화해하지 않으면 그는 근원적 실존적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자신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성(誠)은 그 조건을 수긍하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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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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