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기운이 통하지 않는 것이 소외다 본문
「소외에 대한 주자학의 설명은 이렇다.
환경의 자극은 일정한 심리적 신체적 응답을 촉구한다. 이를테면 나는 노하거나 기뻐한다. 그런데 분노해야 할 곳에서 침묵하고, 기뻐해야 할 곳에선 무감각하다면······ 그것은 나의 잠재적 에너지, 즉 성(性)을 적절히 정(情)으로 실현하지 못한 셈이 된다. 그것은 우주적 실패에 해당한다. 이 과(過) 혹은 불급(不及)은 왜 일어나는가. 총체적으로 ‘나’에 대한 고립적 관심과 염려 탓이다. 이 ‘기질의 간섭’으로 하여 나는 우주적 기의 본원적 네트워크가 미리 예비한 온전한 반응으로부터 스스로를 ‘마비’시켜버린 것이다. 주자는 이때 ‘마비’를 말하면서 의도적으로 한의학에서 쓰는 용어 불인(不仁)을 빌려왔다.
여기서 주자학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죄’나 ‘불복종’이 아니라 ‘마비’로 규정하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마비’의 소외론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인간에게 원죄는 없다는 것, 원래 ‘자연’은 완전했다는 것, 다만 일시적 마비로 우리는 소외되어 있다는 것, 안마든 침이든 마비를 적절히 풀어주기만 하면, 인간은 원래 부여받은 완전성을 다시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것”,
주자학의 기획은 마비로서의 불인을 풀어 다시금 인(仁)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로 요약된다.」*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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