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삶이란 이렇게 고단한 것일까 본문
「육신의 탈을 일단 뒤집어쓰면 생명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대끼며 고삐 다잡을 수 없이 내몰리는 삶! 참으로 슬프지 아니한가. 일평생을 수고하고도 그 열매를 누리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무엇을 위해서인지 모른다. 애달픈 노릇이 아니랴. 사람들은 영원을 말한다만 그것은 쓸데없는 떠들썩. 육신은 해체되고 그에 따라 정신도 흩어진다. 참으로 애달프지 아니한가. 삶이란 이렇게 곤고한 것일까.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이리 곤고히 여기는 것인가······
잠들었을 때 막혀 있던 정신은 깨어나면 활동을 시작한다. 주어지는 상황과 얽혀 날마다 이어지는 씨름질. 어떤 이는 설렁설렁, 어떤 이는 노련하게, 어떤 이는 음험하게. 자잘한 걱정거리에 잠 못 들다 거대한 공포에 질리는 우리네 인생. 시비를 가릴 땐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주저 없이 나르다가, 붙잡은 것을 지킬 땐 하늘에 맹세라도 한 듯 꿈쩍도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가을과 겨울, 쇠퇴와 소멸의 어두운 그림자에 덮여.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따라 점점 빠져드는 늪. 마침내 지치고 눌려, 낡은 하수구처럼 막힌 죽음 가까이의 정신은 떠오르는 빛을 다시 보지 못한다.」*
- 장자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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