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꽥꽥거린 거위 본문
이 일화에 대한 로버트 앨린슨의 해석은 다음 글에. 내가 좋아하는 해석(이야기)은 아래에.
「장자는 산 속을 걷다가 거대한 나무를 한 그루 보았다. 그 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했다. 한 나무꾼이 그 곁에 멈춰섰으나 그것을 전혀 베려고 하지 않았다. 장자가 그 이유를 묻자 나무꾼이 대답했다. "저것은 아무 쓸모가 없소."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가치 없기 때문에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장자는 산에서 내려와 옛 친구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친구는 기뻐하면서 그의 아들에게 거위 한 마리를 잡아서 조리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아들이 말했다. "한 마리는 꽥꽥 울어댈 수 있고, 다른 한 마리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어느 거위를 잡아야 할지 여쭙겠습니다." 그 주인이 말했다. "꽥꽥거릴 수 없는 거위를 잡아라."
다음 날 장자의 제자들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는 가치 없기 때문에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산 속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치 없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는 주인의 거위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실 겁니까?"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아마도 가치있음과 가치없음의 중간 입장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가치있음과 가치없음의 중간은 좋은 위치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거기서도 결코 곤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네가 도(道)와 그것의 덕(德)을 타고 떠돌아다닐 수 있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질 것이다. 칭찬받지도 비난받지도 않을 것이고 한 번은 용이 되었다 한 번은 뱀이 되었다 하며 때와 더불어 변하면서, 결코 하나의 경로만 고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은 올라갔다 한 번은 내려갔다 하며 조화를 너의 척도로 삼아 문물의 조상과 더불어 떠돌아다니고, 사물들을 사물들로 다루면서도 그것들이 너를 하나의 사물로 다루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곤란을 입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신농과 황제의 법칙이다."」*
- 장자, 제20편 <산목>에서
나는 선(禪)에서 내려오는 다음의 이야기가 위 글의 주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선승이 불상에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수도승이 다가와 물었다.
"왜 스님은 불상에 예불을 드립니까? 선(禪)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불상에 침을 뱉는 스님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선승은 말했다.
"불상에 침을 뱉기를 좋아하는 스님도 있지만, 나는 예불 드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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