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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신을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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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장자』의 '꽥꽥거린 거위'에 대한 로버트 앨린슨의 해석이다.

「『장자』의 메시지를 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조용히 있던 거위는 그 메시지를 잘못 이해하였다. 노력하는 바로 그 행위가 잘못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목적없음을 목적으로 삼는 바로 그 시도(조용히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식으로)가 잘못인 것이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거위는 완고한 신비주의자에 대한 은유이다. 완고한 신비주의자는 모든 말들을 무용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어떤 것도 말해질 수 없고, 따라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리석은 신비주의이고,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어리석은 거위이다. 정말로 어리석은 거위는 조용히 침묵하는 거위이다. 침묵하는 거위는 거위답지 않다는 바로 그 점에서 어리석으며, 그 때문에 그런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장자의 꽥꽥대는 거위는 어리석은 거위가 아니라 꾸밈이 없는 거위이다. 그 거위에게는 어리석거나 바보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꽥꽥 울어대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그러나 살기 위해 꽥꽥대는 것은 아니다(살아남기 위해 꽥꽥대는 것은 인위적이고 강요된 행동이다). 꽥꽥거리지 않는 거위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그 자신의 본성에 거스르는 짓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강요이다. 그것은 꽥꽥거리고 싶은 타고난 충동을 억누르도록 자신에게 강요한다. 진정으로 무위하는 거위는 그냥 자신을 내버려둔다.

장자의 철학은 꽥꽥거리는 거위와 비슷하다. 그의 철학은 지독히 어리숙하고 지독히 무용해 보인다. 확실히 익살맞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확실히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극성스럽게 떠들어댄다. 그러나 그의 철학은 우리의 삶을(즉 우리의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다.

꽥꽥거린 거위는 은유 중의 은유이다. 장자는 침묵하지 않음과 반대되는 것으로서의 침묵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침묵에 대해 말하는 방법에 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꽥꽥 울어대는 거위는 우리에게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보다 더 좋은 은유가 있을 수 있을까? 단순히 말만 하는 것(잠을 깨라는 요구 없이 기술하기만 하는 말)과 말하지 않는 것(우리를 잠들게 내버려두는 것),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장자의 거위는 조용히 침묵하지 않는다. 무위는 신비한 황홀경, 아무런 구분이 없는 침묵 속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장자와 나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조용히 있는 거위와 꽥꽥대는 거위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거위가 꽥꽥대면 우리는 귀를 기울인다.」*

원시불교경전(니까야·아함경 시리즈)에서 붓다가 침묵수행을 비판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러나 말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역시 말하지 말지어다. 그냥 내버려두자.

14/10/07

* 로버트 앨린슨,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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