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광인의 철학 본문
초특급 논리학자 스멀리언이 논리의 세계를 희롱하는 도가(道家)라는 점이 흥미롭다. 스멀리언에 의하면 논리학이 차갑고 딱딱한 학문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스멀리언은 철학을 '미치광이'(crazy) 철학과 '합리적인'(sensible) 철학으로 나눈다. 미치광이 철학의 특징은 "광기, 자발성, 유머, 관습적 생각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 초도덕성, 아름다움, 신성, 자연스러움, 시적인 감각, 절대적인 솔직함, 금기로부터의 자유, 모순, 역설, 무규율, 맛깔남(yum-yumnyness)"*이다. 그는 절대적으로 이 정신나간 철학을 선호하며, 논리학은 바로 이 철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멋지다. 시종일관 재치있고 웃긴, 그러면서도 심오한 그의 책 <도는 말이 없다>(Tao is Silent)는 최고의 도가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오라, 도가로.
「내가 처음 도가의 저술을 접했을 적에, 나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기뻤다. 그때 나는 이상하거나 이국적인 어떤 것을 읽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나, 나의 전 생애를 통해 생각해 왔던 바로 그 생각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가의 저술들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러한 생각들을 잘 표현했다. 나에게 도가사상은 강렬한 미의식과 결합된 내적인 평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도가사상을 이 둘중에 어느 하나만으로 기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순전히 수동적인 평온함은 일종의 단조로움에 불과하며 고뇌만을 짊어진 의식은 그다지 호소력이 없다.
현대교육을 받은 한 중국인 친구는 최근에 도가사상을 "자기 몫의 케이크를 먹는" 철학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의 비판에 나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몫의 케이크를 가질 수도 없으며 먹을 수도 없다!"고 대답했다. 나와 중국인 친구와의 차이점은 바로 이 점이다.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몫의 케이크를 가질 수 있으며 먹을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때문에 나는 도가주의자이다.」**
14/10/10
* Raymond Smullyan, <Tao is Silent>
'명문장, 명구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가 윤리와 기독교 윤리의 만남 (0) | 2014.10.13 |
---|---|
세상은 더는 로맨틱하지 않지만 (0) | 2014.10.12 |
도 안에서 사는 것은 어떤 목적이 없다 (0) | 2014.10.12 |
그냥 자신을 내버려두라 (0) | 2014.10.07 |
꽥꽥거린 거위 (0) | 2014.10.06 |
도(道)는 신화요 허구다 (0) | 2014.10.05 |
당질 제한을 하면 식비가 올라갈까? (0) | 2014.10.05 |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