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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무위와 열린 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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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윌버가 밝혀낸 전초오류 개념이 이미 수천 년 전 중국 한나라 때에도 정립되었었다니!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켄 윌버의 전초오류 개념은 이성(에고)을 초월한 경지와 이성(에고)에도 못 미치는 경지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아래는 『회남자』의 무위론을 소개하는 글로 막힌 무위와 열린 무위가 외형은 같아 보여도 그 내용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회남자』는 무위를 두 가지 무위, 즉 '막힌 무위'와 '열린 무위'로 구분한다. 이들은 비록 '무위'라는 외형은 동일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같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의 구체적인 차이점을 '성인'과 '미친자'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 저 미친 자도 근심이 없고 성인 또한 근심이 없다. 
    성인이 근심이 없는 것은 덕으로 내면의 조화를 유지하기 때문이며, 미친 자가 근심이 없는 것은 화와 복을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열린 무위'와 '막힌 무위' 또한 '무위'라는 명칭에서는 동일하지만 무위하게 되는 원인은 각각 다르다. _ [요략]
    
성인이 근심이 없는 것은 정신적 수양을 통해, 또는 자아와 대상 간의 조화를 통해 얻어지는 내면의 평상심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친 자가 근심이 없는 것은 단지 사물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결여됨으로써, 다시 말해 자아와 대상 간의 적절한 교류가 단절됨으로써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성인과 미친 자는 '근심이 없다'는 피상적 현상은 동일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동기는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무위'의 경우에 적용해, 비록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른, '열린 무위'와 '막힌 무위'로 구분한다.

그러면 '열린 무위'와 '막힌 무위'는 어떻게 다른가? 우선 '막힌 무위'란 사람들이 단지 '무위'라는 말에만 집착함으로써 오해하는, 소극적이고 정태적인 무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무위'라는 말의 피상적 의미에만 집착함으로써 행위를 최소화하고 고요히 은둔적 자세를 유지하며 그러한 행위가 마치 도를 깨달은 것의 징표처럼 착각하는 자들을 겨냥한 말일 것이다. 그러한 자들을 "청정을 상도로 삼고 염담을 근본으로 오해하여" 나태하게 자신의 욕망이나 좇고 안일만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14/02/13

* 이석명, <회남자: 한대 지식의 집대성>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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