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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적 문지기 이론(등짝 스매싱 이론)

모험러
<연애와 결혼의 과학>에서 가장 웃으면서 읽었던 곳은 '모성적 문지기 이론'을 소개하는 부분이다("잘한다, 데이비드!"). 나는 결혼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니까 어쩐지 나는 이 이론을 '모성적 등짝 스매싱 이론'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샌디에에고 주립대의 로스블럼 박사는 "가사 분담은 부부 상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이다."라고 말한다. "아내는 남편이 집안일을 좀 더 맡아 주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보면 남편은 오히려 일을 망쳐 놓은다. 남편은 일을 제대로 해 놓지 않거나, 일을 깜박하기 때문에 상기시켜 줘야 한다. 아내는 또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거나 '아기를 그렇게 안으면 어떡해.'라며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한다. 어떤 이유로든 결국 여성이 그 일을 하게 된다. 절대 그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겔프 대학의 교수인 사회학자 케리 데일리는 아버지들은 육아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이를 증명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데일리 박사는 부부가 자녀 양육을 어떻게 분담하는지 조사하고 남편이 아이를 맡는 동안 아내가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잔소리는 아이가 입을 옷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친구들과 놀 시간을 정하는 것까지 다양한다.

데일리 박사는 "미리 계획을 짜고 일을 맡기는 사람이 부부 관계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얻게 된다."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 여성은 어떤 차원에서 그런 주도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고 우리 자신도 그런 적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잠시 집을 떠나 있게 되자 세 쪽 분량의 종이에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빼곡하게 적어서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에는 아이를 보육원에 보낼 때 챙겨야 하는 기저귀 개수에서부터 햄버거를 작게 자르는 법, 아이를 재울 때 편히 잠들도록 등을 쓰다듬는 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침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자세하게 적힌 목록을 보고 성가시게 느끼지는 않았고 어떤 내용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돌이켜 보니 "도가 지나쳤다."라고 인정했다. "남편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었을 거에요."

『게으른 남편』의 저자이자 결혼을 연구하는 조슈아 콜먼은 아내의 문지기 역할이 남편을 게으르게 하고 이 때문에 도움을 더 받기는커녕 덜 받게 된다고 말한다.

칼턴 대학 에릭 스프롯 경영대의 린다 덕스베리 박사는 남편은 보통 아내가 자신의 일을 대신 할 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직장과 가정 문제를 연구하는 덕스베리 박사는 자신도 가끔 집에서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한번은 저녁을 준비하는 남편에게 양파 다지는 법을 일러 주었다고 한다.

덕스베리 박사는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내 식대로 하게 놔두든지 당신이 하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 여성은 어떤 면에서 불행을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 좋아하고 불평하기도 좋아한다."」*

14/01/26

* 타라 파커포프, <연애와 결혼의 과학>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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