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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에 대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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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즉 지위도 필요하고 섹스도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수렵·채집이 원시적 농업보다 호구지책의 기술로 훨씬 나은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수렵·채집 방식의 우월성에 대한 주장이 애초에 그릇되거나 적어도 과장된 것임이 드러난다면 농업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주장은 잘못된 것이거나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쿵족의 노동시간에 대한(하루에 두세 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여가 시간이라는) 초기의 계산을 엄밀하게 재조사해본 결과 결함이 발견되었다. 노동 시간을 계산한 사람들은 음식을 가공하고, 창을 만드는 것과 같은 활동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이 수렵·채집인들은 적어도 원예사회의 구성원들만큼 힘들게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렵·채집인들의 삶이 일 년 내내 휴가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추가적인 증거는 원시농업사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 인류학자의 보고에 따르면 쇼숀족이 심은 야생 식물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으로 "종종 매우 중요한 이차적 주식 역할을 했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시리오노족과 같이 근본적으로는 수렵·채집사회이지만 초기적인 원예사회의 모습을 보이는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사냥감을 찾아 숲속을 돌아다닐 때 그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밭을 둘러본다고 한다. 그들은 밭에서 나는 음식물을 "식품 에너지의 안정적인 급원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선사 시대 수렵·채집인들의 삶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기초한 개념이 정곡을 찌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행은 삶의 일부이고, 지평선 너머에서는 결핍과 곤궁함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으며, 운명은 준비된 사람들을 편애한다는 것이 그 개념이다. 지위의 추구와 순수한 생존의 추구 사이에서 우리는 농업의 진화를 불러일으킬 강력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하자 추진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 요소는 이전 장에서 만났던 우리의 오랜 친구, 바로 전쟁이다.」*

생태주의자의 일부는 농업을 만악을 낳은 인류의 치명적인 실수로 바라본다. 그들에게 수렵·채집 문명은 잃어버린 낙원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책임을 물을 것 같으면, 우리는 거슬러 올라가 우주 탄생을 낳은 빅뱅까지 실수로 여겨야 할 것이다. 

1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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