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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이 곧 학문이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하는 일이 곧 학문이다

모험러
― 어떤 하급 관리가 오랫동안 선생의 학문을 청강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학문은 매우 좋기는 하지만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이 번잡하여 학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왕양명) 선생께서 그것을 듣고 말씀하셨다. "내가 언제 그대에게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을 떠나 허공에 매달려 강학하라고 가르친 적이 있는가? 그대에게는 이미 소송을 판결하는 일이 주어져 있으니, 그 소송을 판결하는 일에서부터 학문을 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격물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소송을 심문할 경우에 상대방의 응답이 형편없다고 화를 내서는 안되며, 그의 말이 매끄럽다고 기뻐해서도 안된다. 윗사람에게 부탁한 것을 미워하여 자기 뜻을 보태서 그를 다스려서는 안되며, 그의 간청으로 인해 자기 뜻을 굽혀서 그의 요구를 따라서도 안된다. 자기 사무가 번잡하다고 멋대로 대충 판결해서도 안되며, 주변 사람이 비방하고 모해한다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 처리해서도 안된다. 이 수많은 생각들은 모두 사사로운 것이며 단지 그대만이 스스로 알고 있으니, 반드시 세심하게 성찰하고 극복하여 오직 이 마음에 털끝만큼의 치우침과 기울어짐이라도 있어서 사람의 시비를 왜곡시킬까 두려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이다.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들은 실학이 아닌 것이 없다. 만약 사물을 떠나 학문을 한다면 도리에 공허한 데 집착하는 것이다."*

13/09/09

* 정인재·한정길 옮김, 왕양명 지음, <전습록: 실천적 삶을 위한 지침>에서 인용.

학문  
왕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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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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