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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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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샷과 코르텔은 "투표에 의한 선거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은 역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그 정의상 평민(demos)의 지배다. 그러나 의회선거는 일정 주기마다 소수 지배자를 선택하는 기제일 뿐 기본적으로 귀족적 혹은 엘리트주의적이다. 현대 국가는 로마제국 이후 가장 완벽한 계급 지배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현대 국가의 진짜 권력은 투표권에 영향받지 않는 소수의 수중에 있다. 특히 타인을 고용할 권한을 갖고 있는 부유한 자들과 일부 국가기구가 권력의 핵심을 쥐고 있다. 그러니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지배와 예속의 관계는 위협받지 않는다. 

결국, 의회 선거는 돈 많은 자의 귀족체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정치는 정치가의 일이 된다. 그 귀족들이 자비로운지 아닌지 정직한지 부도덕한지는 분명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긴 주겠으나, 성군이 선한 의지로 백성을 위해 통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듯, 엘리트들의 선한 의지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다. 

투표권은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싸워 얻어낸 소중한 권리다. 우리는 이 권리를 지키고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의 전부이거나 종착역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시작점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더 민주적이어야 하고 더 민주적일 수 있다. 

광야에서 백마 타고 달려와 자신을 구원해 줄 초인은 없다. 초인은 바로 자신이다. 미래가 지금 여기 와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이미 자기 삶의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주의도 홀로서기다. 누구도 대신 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12/11/28

* P. Cockshott and A. Cottrell. <Towards a New Socialism>에서 봄. 아래 내용 같은 책에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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