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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라는 전투 용어 본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굴욕과 불행에는 반드시 행복한 진실과 지배적인 권리 전체에 대해 반항하고 투쟁하려는 최대한의 비참한 결의가 존재한다. 그 비참이 벌이는 무서운 투쟁은 어떤 때는 계획적이고 또 어떤 때는 폭력적으로 해롭고도 사납게 날뛰듯 악덕의 바늘이나 죄악의 몽둥이를 휘둘러 사회 질서를 공격할 때도 있다. 그런 투쟁의 요구에서 비참한 은어라는 하나의 전투 용어가 만들어졌다.
… 은어는 언어가 어떤 좋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해 위장하는 하나의 탈의실이다. 언어는 그 탈의실에서 언어라는 탈을 쓰고 비유라는 누더기를 입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언어는 무섭게 변모한다.
… 그것은 얼핏 인간의 말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인간이 아닌 짐승들의 소리에 더 가깝다. 그것이 바로 은어다. 은어는 한마디 한마디가 더럽고 추한 뭔가 알 수 없는 미묘한 짐승의 성질을 갖는다.
그것은 어둠 속에 깃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신비한 수수께끼처럼 어둠을 더욱 짙게 하고 이를 갈기도 하고 소곤거리기도 한다. 불행은 어둡고 죄악은 암흑과 같다. 그 두 개의 어둠이 서로 하나로 섞여 은어가 되는 것이다. 공기도 어둠이고 행동도 어둠이고 목소리도 어둠이다. 그 말들은 무서운 두꺼비와 같다. 비와, 밤과, 굶주림과, 악덕과, 허위와, 부정과, 알몸과, 질식과, 겨울로 이루어진 그 광범위한 안개 속을 오가며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기어 다니며, 질질 침을 흘리고, 괴물처럼 들끓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처참한 그들에게 햇볕이 몹시 내리쬐는 대낮과 같은 것이다.
… 은어는 인간이 동의하든 말든 그것만의 어법과 시를 가진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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