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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가면을 쓴 병자 본문
「언젠가 니체는 인간적 자기기만과 그리스도교의 퇴락에 대한 단순한 기술에 지겨워졌음에 틀림없다. 그는 새로운 가치표들을 세워놓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위한 논증은 그 자신의 인식 이론에 따르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그로 그는 문학적인 작품을 서술해야만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는 새로운 윤리학을 고지하는 자를 서술한다. … 차라투스트라의 연설은 수다스럽고 주제넘으며, 그의 성격은 심리학적으로 단순하다. 고독의 저주를 받고 자신의 고독을 오만하게 향유하는 이러한 이른바 천재는 현실적인 상호 주관성의 능력을 지니지 않는다. 내용적으로 이 책은 주로 오래된 잘 알려진 것들을 포함하는데(니체의 독창성은 퇴색하기 시작한다), 설교 형식으로 된 그것들은 아포리즘보다 더 불쾌하다.
새로운 것은 다윈의 진화론을 미래로 연장하는 초인론이다. 이러한 미래주의적 정당화는 마르크스주의를 연상케 한다. 권력에의 의지에 관한 교설은 모든 가치 정립의 원리로써 지상에 충실하게 머물라는, 다시 말하면 세계를 위해 모든 초월을 거부하라는 요구로써 강화된다.
특히 새로운 것은 『즐거운 학문』에서 단지 암시했을 뿐인 영원 회귀에 관한 교설이다. 그것은 분명 고대의 모범으로 소급되며, 그리스도교의 역사신학 및 진보의 낙관주의적 역사철학에 반대한다. 그것을 위한 논증을 니체는 갖고 있지 않지만, 그것이 그가 안간힘을 다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의지의 가장 극단적 표현이다. 요컨대 역사의 가장 끔찍한 범죄도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며, 이는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영원 회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의 제기는 과거의 대량 학살이 아니라 자기의 어머니와 누이일 거라고 고백했다.
니체보다 이미 오래전에 일상심리학은 자기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자주 강조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병들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후기 저술들에서 자기의 육체적 건강에 대해 니체가 강조하는 모습은 하나의 경보 신호다. 또한 자기의 특수한 지위를 자꾸 가리키는 것은 그가 더 깊은 문제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며, 더 나아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잠겨가는 목소리는 이 다이너마이트를 지닌 철학자가 진리 능력을 부정하는 것과 함께 스스로 자기 발을 걷어차 버렸으며 정신적으로 쇠약해졌음을 보여주는 틀림없는 징표다.
자기가 가면을 쓰고 있다며 비밀을 지껄이는 모습은 자신을 가장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극도로 깊숙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식은 독자를 오도하는 데 이바지한다. 요컨대 독자는 니체를 읽으며 모순에 부딪힐 때 스스로 그 배후에 복잡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가정해야 한다. 아마도 니체 자신은 이런한 기만에 스스로 속은 거 같다. 그런 한에서는 그에게 자신이 주장하던 성실성이 그의 마지막 덕으로서 남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리없는 성실성은 그리 많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후기의 니체는 물론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의 정신병리학을 위한 일급의 영감을 제공하지만, 더 이상 주체로서가 아니라 객체로서 그러하다. 또한 그는 20세기의 수많은 철학적 몰취미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최소한 니체는 그를 모방한 자들보다는 더 독창적이며 문체적으로 더 자극을 준다.」*
17/12/03
* 비토리오 회슬레, 『독일 철학사: 독일 정신은 존재하는가』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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