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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항구는 이제 없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육지와 항구는 이제 없다

모험러

「이상주의나 영원주의의 뱃멀미를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단단한 땅에 대한, 항구에 대한 모든 희망을 단번에 버리는 것이다. 도덕 안에 그런 항구가 있는지 의심스러워했던 파스칼의 말에 따르면, 배를 탈 사람이 누구인지를 판정하는 항구 말이다. 여기에서 도원 선사가 그리고 있는 과감한 항해사는 더 이상 고정된 좌표들과 굳은 확실성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을 물결을 따라 미끄러지게 하고, 세월을 따라 흘러가게 한다. 여정을 늦추려 하기도, 진리라는 신비의 섬에 정박하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그러므로 피안에 서서 윤회의 동요를 바라보는 게으른 방관자였던 붓다는 삶이라는 놀이를 포기했지만, 선사(禪師)는 과정의, 생성의 진정한 영원성을 느끼기 위해서 주저 없이 대양의 부름에 응답한다. 아직도 사물들의 흐름으로부터 분리되어 그것을 통제하기를 꿈꾸는 조타수와 달리, 깨달은 자는 생성의 물결들과 하나가 된다. 


이렇게 일시적인 것을 과감히 선택한 덕분에, "무한한 수평선"이 우리 앞에 다시 열린다. 삶을 영원한 항해에 비유하는 파스칼의 메타포를 재전유한 니체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육지를 떠나 출항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 뒤의 육지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니 우리의 배여, 앞을 바라보라! 네 곁에는 대양이 있다. 대양이 항상 포효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 그것은 비단과 황금, 자비로운 꿈처럼 펼쳐져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대양이 무한하다는 것을, 그리고 무한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올 것이다. (······) 오, 한때 자신을 자유롭다고 느끼다가 이제 새장의 벽에 몸을 부딪히고 있는 새여! 마치 육지에 자유가 있었다는 듯 향수가 너를 사로잡는다면 그것은 슬픔이로다! '육지'는 이제 없다!"[니체, 『즐거운 학문』, §124, 「무한한 수평선」]」*


15/11/25


*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 다미앙 막도날드. (2012). 유럽의 붓다, 니체. (강희경, Trans.). 파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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