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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구

모험러

「글로벌화된 지구에서는 모든 곳에서 모두의 곤경이 다른 모두의 곤경에 의해 규정되는 동시에 규정하지요. 따라서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를 '별개로' ― 고립적으로, 한 나라에서만, 또는 오직 몇몇 선별된 나라에서만 ― 보잘할 수 없다고 추정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각각의 나라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운명은 전 지구적 무대에서 결정되고 정해집니다. 그리고 오직 그러한 무대에서만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현실주의적 기회와 함께 지켜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임기응변의 재주가 넘치고 중무장되어 있으며, 단호하고 타협을 모르더라도 경계선 밖의 사람들의 꿈과 갈망에는 등을 돌린 채 선택된 가치를 국내에서 지키는 것은 더 이상 개별적으로 행위하는 국가 수중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유럽과 다른 운 좋은 나라들에서는 바로 그런 식으로 등을 돌리는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깥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해 부를 지키고 늘려가면서 말이죠.


모더니티는 좀 더 초기 단계에서는 인간의 통합을 민족들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을 완수하기 전에 모더니티는 한 가지 더, 하지만 훨씬 더 만만찮은 과제를 완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즉 인간의 통합을 지구의 인구 전체를 포함하는 인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골치 아픈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그러한 과제는 절대적으로 급박한 것이었습니다.


보편적으로 상호 의존하고 있는 우리 지구에게 그것은 말 그대로 (함께) 사느냐 (같이) 죽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제가 진지하게 수행되고 왼성되기 위한 핵심적 조건은 현대의 역사의 이전 단계를 완성하고 완벽하게 해줄 '사회적 국가'의 전 지구적 버전이라고 할 만한 것 ― 지역과 부족을 민족-국가 속으로 통합하는 것 ― 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정한 시점에 사회주의적인 '현실적 유토피아' ― 불행과 불운에 대한 집단적 책임과 집단적 보장이라는 원리 ― 의 핵심을 부활시키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게 되는 것이죠. 비록 이번에는 전 지구적 규모로, 즉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자본 및 상품의 교역의 지구화는 이미 도달되었습니다. 그러한 단계에서 어떤 정부도 단독으로는, 심지어는 몇몇이 힘을 합치더라도 제대로 결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산하지 않고는 실제로 가난의 뿌리를 잘라내고 불평등을 향한 경향이 도를 넘는 것을 막아주는 '사회적 국가'의 실천들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부가 단독으로는, 심지어는 몇몇이 힘을 합치더라도 소비를 제한하고 지역의 과세를 사회 복지를 계속해나가는 데 ― 확대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 필요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실로 시장에의 개입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특히 단순히 일어나는 것에 더해 또한 뚜렷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국가의 개입이 될까요? 오히려 그것은 비정부 쪽에서, 즉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심지어 반정부적인 쪽에서 주도한 작품일 것입니다. 가난과 불평등, 보다 일반적으로는 전 지구적인 자유방임주의의 참혹한 부수 효과와 '부수적 피해'는 지구의 한쪽 구석에 있는 나머지 국가들과 독립적으로는 제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영토 국가가 혼자서 또는 집단을 이루어 인류의 전 지구적 상호의존으로부터 '발을 뺄' 수 있는 우아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국가'는 더 이상 실행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직 '사회적 지구'만이 사회적 국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행하려고 ― 물론 성공의 정도는 다양했습니다 ― 시도한 바 있는 기능들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그러한 '사회적 지구'로 데려갈 도구는 영토적인 주권 국가들이 아니라 오히려 추정컨대 영토 외적이며 코스모폴리탄적인 비정부기구(NGO)들과 그것의 연합체들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남보다 앞서, 그리고 지역적인 '주권적' 정부들의 간섭 없이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직접 손을 뻗는 조직들 말이죠.」*


15/08/22


* 지그문트 바우만, & 시트랄리 로비로사-마드라조. (2014).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몸도 마음도 저당 잡히는 시대.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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