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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감각은 거리와 분리도에 반비례한다 본문
「윤리적 위반의 한 가지 속성은 그 충격이 거리와 분리도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산자에게 직접 옷을 구입한다면, 그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우리의 양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공급망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덕분에 가격을 판단할 때 윤리적 결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단일하면서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윤리적 규범을 집행할 강력한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
이것은 석유모래나 기후변화 등 개발에 관련된 문제들이 순전히 시장에서의 맥락이 아니라 윤리적인 틀 속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윤리적 판단은 (법이나 사회적 금기와 같은 형태로) 일단 형성되면 오래 지속되는 성질을 가지며 결국은 이윤동기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힘은 미래 세대의 견해를 듣지 못하지만 우리의 윤리감각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시장은 다양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매우 강력한 도구다.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나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시장에 속해 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과장되어 있다. 시장은 그 자체로 창의성을 책임지지 않는다. 20세기의 기술적 진보의 대부분(인터넷의 발명을 이끈 수십 년의 발전을 포함해)은 정부 산하 연구소나 보조금을 받는 군사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졌다(냉전 시기에 미국 정부의 연구 기금이 신고전파 경제학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걸 받아들인다면 경제학자들도 창의성이 시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공적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병원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더 오래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연구개발은 덜 경쟁적이고, 덜 타산적이며 더 협력적인 환경에서 종종 최고의 성과를 낸다. 시장이 뛰어난 것은 최고의 신기술을 골라내어 그것을 성공적인 상품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공적·사적·비영리적 분야들은 상승 작용을 한다. 우리에게는 이것들이 모두 필요하다.
사실 현대적인 기술은 수학과 물리학의 기본 도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이나 사적 영리기업에서 만든 게 아니다.」*
15/03/19
* 데이비드 오렐. (2011). 경제학 혁명: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김원기, Trans.). 행성B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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