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환원주의 (3)
모험러의 책방
「우리가 흔히 실제로 의미 있게 사용하는 개념으로서의 '세계'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전체'라는 형식논리적 개념보다는 특정한 범주로 묶어서 통일성을 줄 수 있는 영역적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질적 차별성을 지닌 영역으로서의 세계들의 모임은 '세계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그런 세계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해명하는 작업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예컨대 후설은 그런 세계들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본다. 즉 각각의 세계는 논리적으로 독립적이다. 그래서 실제 우리 주변의 '자연적인 세계'와 '가치의 세계' '정치의 세계'와 같은 관념적인 세계들, 즉 "동시에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이 두 세계는, 그 세계들이 모두 나와 관련 있어서 내가 자유롭게 내 시..
「학문을 진화의 관점에서 해명하는 일은 자칫 또 다른 종류의 환원주의를 표방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진화는 생물학적 개념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화가 생물학적 개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진화는 오히려 진화라는 개념의 특수한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진화는 한 체계가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변화하는 시간적(역사적) 과정 전체를 일컫는 개념일 뿐이다. 그 체계를 설명하는 방식이 생물학적이라면 생물학적 진화가 될 것이고, 물질의 변화를 다룬 것이라면 물리 화학적 진화가 될 것이다. 적어도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진화 개념은 중립적이다. 더욱이 환원주의가 다양한 것을 근원적인 어떤 하나의 것으로 번역하는 일이라면, 여기서 제안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이상학은 정반대다. 새로..
「주류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성차별, 인종주의 등의 차별 정책은 비효율적이므로 순수한 (혹은 대칭적인)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적 거래는 누가 참여하건 혹은 언제 어디에서 이루어지건 그 양상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경제학자도 실제의 경제가 완벽하게 공정하거나 안정적이라고, 그리고 각 참여자들이 완전히 동일한 정보에 접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조지 애거로프(George Akelof),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그리고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2001년 「비대칭적 정보를 가진 시장에 대한 분석」으로 경제과학의 스웨덴은행상(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은 예를 들자면 중고차 판매상이 구매자보다 상품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