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현실도피 (2)
모험러의 책방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합시다. 나 자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때는 이미 반동의 시대가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중의 많은 사람이, 그리고 솔직히 나 자신도, 바라고 희망했던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성취되어 있을까요? 아마 '전혀 아무 것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성취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이것이 나를 완전히 좌절시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내적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자신을 진정한 라고 느끼며 이 혁명이라는 도취상태에 동참하고 있는 자들은 과연 ..
「폭력에 굴복함으로써 폭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견해는 그저 현실도피일 뿐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이런 입장은 돈과 총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실도피를 하는 것일까? 철저하게 폭력을 증오하는 이들은 현대 사회에 폭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그들 자신이 지닌 훌륭한 감정과 고결한 태도가 모두 무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부당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입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차마 마주보기 힘든 엄연한 사실이 있다. 개별적인 구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인류 앞에 놓인 선택은 선과 악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두 가지 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도록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