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작은 친구야
핸드폰을 바꿨다. 5년을 넘게 쓴 녀석이었다. 이제는 버튼이 거의 눌러지지 않아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일반폰으로 바꿨다. 폰에 담긴 문자들과 주소록을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지우는데 내 마음도 꾹꾹 눌리듯 짠했다. 지난 5년,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는 다 이 친구가 함께 했던 게 아닌가. 알바하던 때, 같이 일하던 어여쁜 아가씨를 향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입력한 문자를 그녀에게 전해주었던 것도 이 친구였다. 영원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 그녀에게서 "한강 다리를 지나고 있어요. 야경이 예뻐요."라는 문자를 날라다 주었던 것도 이 친구였다. 지리산 천왕봉, 천국에서나 볼 것 같은 운해 위로 짙은 안개가 갑자기 걷히며 이글이글 찬란한 해가 불쑥 떠오를 때 그 모습을 남겨주었던 것도 이 친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