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할지, 누가 그 일을 해야 할지가 불분명해진 사회
「그러나 만일 자기 확신 ― '현재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는 확신감 ― 이 진보에 대한 믿음이 자리할 유일한 기초라면, 우리 시대에 믿음이 불안정해지고 취약해진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왜 그리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먼저, '세상을 앞으로 가게끔 하는' 힘이 뚜렷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액체 근대를 맞이한 우리 시대의 가장 통렬하면서도 해답이 요원한 질문은 (세상을 더 나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이다. ... 기 드보르를 인용하자면, "통제센터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유명한 지도자나 분명한 이데올로기가 그 중심을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실천주체가 ― 어떤 실천주체이든지 간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