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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1592년 5월 23일, 베네치아. 가톨릭 종교재판소의 곤돌라 한 척이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수도사 한 명을 산 도메니코 디 카스텔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다. 손님을 맞는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같은 종단 형제들의 따뜻한 환대를 누리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포로로서 곧장 지하감옥으로 끌려가 이른바 '마녀'와 난봉꾼과 미치광이들과 함께 감금되었다. 브루노는 감방 동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나중에 한 동료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했어요, 세상이 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신도 세상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요. 그리고 세상이 없는 신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들을 창조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교회의 유한한 우주론에 맞서 우주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현대 천문학을 이루는 거의 모든 개념을 이미 찾아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심지어 오늘날 물리학자들이 진지한 가능성으로 연구하고 있는 '다중우주론'마저도 그 당시 모색되었다. 그들의 놀라운 통찰력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모르긴 모르되, 특정 종교, 특정 사상만이 배타적으로 사람들을 옭아매지 않았던 자유로운 지적탐구의 분위기도 한몫했으리라. 「(데모크리토스가) 가르치기를, 사물들은 끊임없이 허공을 헤매고 있으며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세계들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몇몇 세계들에는 해도 달도 없으며, 또다른 곳의 해와 달은 우리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다시금 다른 세계들은 심지어 여러 개의 해와 달을 자랑한다. 세계들 사이의 간격은 똑같지 않아서 때로는 멀고 때로는 가깝다. 일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