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말의 종말
「지금은 미명의 시대다. 그 어슴푸레함이 일몰 후의 것인지, 일출 전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미명은 특이하다. 이어질 미래의 비결정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낮은 어두움, 혹은 흐릿한 빛, 이를 우리는 미명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 미명은 특이했던 한 시대의 종언, 즉 '종언의 시대'의 종언에서 비롯한다. '역사의 종언', '의미의 종언' 또는 '정치의 종언', 심지어 '문학의 종언'까지. 역사가 끝난 종언의 시대는 영원할 듯하였다. '무정한 이기주의', '워싱턴 컨센서스' 그리고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등은 종언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었다. '종언의 시대' 담론은 삶의 지평, 역사의 지평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미지를 지운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