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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인식의 증진은 자유의 증진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인식은 의지의 자유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그러나 내적 자기결정성의 핵심적 측면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의 일치로서 기술될 수 있다. 자기가 지닌 의지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일은 자유로 나아가는 필수 불가결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생각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유일하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 여기에 의지에 대한 내적 거리가 추가되어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지를 '평가'한다". 우리는 표현되고 이해된 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이 의지를 자기 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 "나에 대한 유용성과 무관하게 내가 갖고 싶거나 갖고 싶지 않은 의지는 어떤 것인가? 여기서 문제는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되고 싶은가 하..
「절대적인 진리는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에, 니체는 독단주의자들처럼 비뚤어진 방식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대신 관점주의적인 인식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힌두 철학에서 말하는 'darshanas'를 떠올리게 한다. 인도에는 유일하고 전제적인 진리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서로 교차하는 여섯 개의 위대한 '관점들', 즉 사유 체계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유한한 관점들이 무한한 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던 라이프니츠와 달리, 니체는 어떤 중심점도 없는 관점주의를 구상했다. 주체의 개념이 해체됨에 따라, 어떤 끈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정착되지 않은 시선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니체에게 이렇게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된 좌표가 전부 없어진다면, '각자에게 각자..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 그리고 파슨스 등으로 대표되는 정통 사회과학 전통에서 일상행위자들은 자기 자신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들의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세계의 작동방식에 대해서 그들보다도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론사회과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고 가정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히 이론가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인식능력이 사회과학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했다. 즉, 이들은 만일 사회과학자들이 이러한 우월한 인식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사회과학적 지식은 단순한 상식 수준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과학 전통에 따르면, 오직 이론가들만이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한 일상행위자들은 꿰뚫어볼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