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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에릭 에릭슨이 저술하기를, 청소년은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장소, 고요한 장소를 필요로 한다. 정신분석학자 앤소니 스토(Anthony Storr)도 고독에 대해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창작 과정을 설명하며 그는 이렇게 썼다.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의 과반수는 깨어 있는 것과 자는 것의 중간인 몽상 상태에서 발생했다······. 그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가 등장해 자연스럽게 과정을 밟아가는 정신 상태다······. 창작자는 정신 안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도록 수동적이 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라이프에서는 고요함과 고독을 구하기가 어렵다.」* 15/03/30 * 셰리 터클. (2012).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은주, Trans.). 청림출판. 2014/02/16 -..
「나는 왜 도(道)나 자기 변화라는 개념을 신화로 부르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도달해야 할 궁극적 목표를 어떻게 기술하든 간에, 그 기술은 결국 주체와 대상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道)는 그 자신을 도라고 부르지 않는다. 물론 도는 절대적으로 침묵한다. 우리는 말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기술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 어떤 기술이든 주체/대상의 이분법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며, 따라서 우리가 도에 대해 말하는 것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 개념을 신화라고 부를 수 있을 뿐이다. 신화는 절대적으로 거짓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참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물들의 존재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하는 가장 그럴 듯한 이야기, 즉 없어서는 안 될 허구이다. 피카소가 예술에 대..
「가라타니는 근대적 의미의 자유란 오직 유럽과 일본 봉건제 속의 '자치도시' 또는 '자유도시'에서만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남송 시대 주희의 사창(社倉) 구상에서 나타나는 자발적 상환 의지의 주체로서의 자영 소농민들 속에서 그러한 의미의 자유와 자율의 싹을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일까? 유교적 공론장인 향촌의 서원과 사우 등 문인 공동체의 네트워크는 어떤가? 대중유교의 공론장이었던 여러 대중 강학 장소에 모여든 농민과 상인들은 또 어떤가? 비단 유교사회만이 아니다. 이슬람과 불교, 힌두 문명권에도 이러한 의미의 자유와 자율의 공동체가 많았다. 이러한 곳에서는 근대적 의미의 자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세기 유럽의 동양관, 그리고 그 대표적인 이론적 표현으로서의 '..
「광고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것은 동물적인 건강, 감각적인 만족, 그리고 감각적 자극이나 최신 유행 상품을 즐기는데 걸림돌이 되는 걱정이나 책임의 부재다. 현대 광고의 도상은 과거 조상들의 주물 숭배나 토템 숭배로 회귀한 듯 보인다. TV 광고를 일종의 종교 드라마로 보는 마르틴 에슬린에 따르면 TV 광고의 도덕적 세계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신교다. 그것은 강력한 힘의 신들이 지배하는 세상, 문자 그대로 모든 상품이나 소비재에 담긴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바람과 물과 나무와 강에 다양한 님프와 드라이어드와 사티로스와 기타 각 지역의 신들이 거했다면, TV 광고의 세상도 그렇다. 여기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신교는 상당히 원시적인 것으로, 정령 숭배나 주물 숭배와 밀접하게 연관..
"알고 봤더니 당신은 이런 사람이었군!" 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실체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렸던 한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