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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손자병법』의 영향으로 동아시아권에서 널리 회자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의 의미도 효율성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는 것은 도덕적 관심도 아니고 막연한 추상적 담론도 아니다. "이런 '싸우지 않음'의 이상은 도덕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단지 승리가 예정되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싸우지 않음'의 이상은 추상적 개념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사소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단계에서 향후 방향이 가장 정확히 진행되는 방식에 주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모든 이상향과 가장 동떨어진 방식으로, 모든 주어진 상황을 특징짓는 효력 있고 장악력이 있는 결과를 '단순히' 이 결과의 방향에서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사물의 성향』, 4..
「전략가는 좌절하지도 않고 자신을 희생시키지도 않는다. 전략가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의 쇄신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생황 쇄신 속에서 자체적으로 작동하면서 그를 회복시켜줄 요인들을 살핀다. 문화혁명 초기에 덩샤오핑은 결코 마오쩌둥에게 맞서지 않았고 그후에도 '4인방'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맞서지 않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만약 그가 마오쩌둥과 4인방에게 맞섰다면 그는 부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해임, 좌천, 비판, 야유를 그대로 견뎠다. 그는 자아비판을 실행했다. 이 당시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생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은 '지속적 혁명'은 일시적으로 지속될 뿐이고 그를 무너뜨렸던 적대 요인도 역시 고갈되어가면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 또는 언제나 "혁명파'가 '전문가'를 ..
「중국인들은 주도 요인 또는 그들이 명명하듯이 '상황의 잠재력'[勢]에 대한 성찰을 극히 멀리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에, 전쟁에서 용기와 비겁함도 (그대로 인용하자면) '세(勢)의 귀결'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용기와 비겁함은 우리가 본질적으로 소유한 자질이나 결함이 아니다. 나는 용감하거나 비겁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용감하거나 비겁하게 만드는 것은 상황, 더 정확히는 상황의 잠재력이다. 여기서 어떻게 유럽적 휴머니즘과의 간극이 생기는지 보라. 유럽에서는 용기를 기꺼이 인간적 자질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게으른 사람이거나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용기가 도덕적 관점에서 파악된 덕이 아니라 상황 잠재력의 효과로 간주될 경우, 중국 장군은 그의 병사들이 비겁하거나 ..
「'긴장-이완', '펼침-접힘' 또는 '질서-무질서', '도약-쇠퇴': 모든 역사는 냉혹하게 '고저의 기복을 따라' 진행된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투사된 어떤 형이상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내재해 있는 필연성에 따른 것이다. 즉, 작용 중인 요인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필연적으로 고갈되고, 그것을 보충하는 요인에 의해 대체된다. 그러므로 규제적인 역학이 생성의 각 단계마다 본래부터 내재해 ― 가장 신중한 방식으로 ―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규제적 역학이 모든 역사적 상황을 조작 가능한 장치로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전략은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하지만, 인류가 나아갈 도덕적 방향의 역할을 할 정도로 그렇게 지속적으로 실생활에 적용된다. 따라서 사물의 흐름 속에서 작동 중인 경..
「바로 이러한 것이 왕부지가 역사 속에서 줄기차게 작동하고 있다고 발견해낸, 고대로부터 밝혀져 있는 전복의 논리이다. 사실 역사의 과정은 자연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방식으로 균형과 보상에 의해 작동한다. '응축된 것은 다시 새롭게 펼쳐질 수 있으며, 바로 이러한 것이 상황[勢]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경향이다.' 물론 경쟁적인 세력들 사이에서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다. 고대 중국에서 진나라가 점차 강해져 (경왕 때) 헤게모니를 잡게 되었다가 그 다음에 쇠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과정의 냉혹함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앞선 예(송나라의 성종과 왕안석)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치게 권위적인 정치적 압력이 느슨해지는 것은 전적으로 저..
「한편으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실상 구체적 정황으로서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힘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지닌다. 그러나 역사에서 힘은 항상 특정의 배열에 의존하며, 그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자기 나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이 사람은 아무리 강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그에게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황'[勢]이 그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객관적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객관적 조건이 과정 속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치가는 '전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병법가처럼 이러한 객관적 조건에 의지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