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민중 (4)
모험러의 책방
「그러나 상황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던 때에는, 반란이 확실한 동조를 얻지 못했던 때에는, 민중들이 움직이길 꺼릴 때에는, 전사들은 버려지고 도시는 저항의 주변에서 사막으로 변모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차가워지고, 도망칠 곳은 닫히고, 거리는 바리케이드를 공격하는 군대에 협조하기 위해 막히는 것이었다. 민중을 아무리 강요한다 해도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빨리 움직이게는 할 수 없다. 민중을 강압적으로 전진시키려는 자에게 재앙 있으리! 민중을 맘대로 다루어 부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요구하면 민중은 반란을 내버려 둬 버린다. 폭도들을 흑사병 환자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민가는 낭떠러지가 되고, 대문은 거부를 뜻하고, 그들 앞에는 벽만 서 있게 될 것이다. 그 벽은 모든 것을 보고 듣지만..
아래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김경만의 『담론과 해방』 초고를 읽고 보낸 편지. 「 김경만 귀하 나는 당신의 흥미로운 생각을 나와 나누려고 한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게 보내준 원고를 대단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지식인들이 가진 사명감과 희망을 철학적으로 정초하려는 시도에 대한 당신의 비판은 그 완결성과 일관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 문제는 정말 수많은 세월 동안 나를 괴롭힌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도 결국 실패했습니다.(나의 어떻게 보면 완성되지 못한 결론은 최근 논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그 논문[「Thinking in Dark Times」 in 『Liquid Life』]을 첨부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우리가 실천적 ..
「"학문의 민중화"에서 문제의 핵심은 한완상이 미시이론의 성찰적인 해석능력이 있는 일상 행위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념화하고, 과연 그들의 능력과 의견을 이론적 차원에서 얼마나 '존중'하는가이다. 한완상은 세계에 대한 일상인의 해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해서 사회학자가 "일상적 민중에게 '인식론적 특권'을 자동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고" 오직 "그들이 원칙과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때 그들에게 인식론적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칙과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민중은 누구란 말인가? 한완상의 글에서 전혀 답을 찾을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유추해본다면 슈츠가 언급한 대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사회문제 전반에 관심을 가지며 자기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이른바 "교육받은 시민"이 '성찰적 민..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듯이, 각자 자기만의 '국민'을 갖고 있다. 비슷하게 쓰이는 낱말로 '민중'도 있다. 가끔 '민족'이나 '역사'도 비슷한 용법으로 쓰인다. 주로 자신의 욕망이 만인을 위한 선이라고 우기고 싶을 때 사용된다. 박근혜 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문재인 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안철수 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셋 다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국민이지만, 각자 내심 국민이라 생각하는 진짜 '국민'은 따로 있다. 정파의 이해에 따라 애꿎게 불려다니던 '민중'이 떠오른다. 이제 '민중'은 퇴장했고, '국민'이 이쪽저쪽으로 불려다니느라 바쁘다. 국민의 염원이니, 소망이니, 명령이니, 민족의 역적이니, 역사의 요구니.. 나는 '비국민'인 것 같다. 어느 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