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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합리적 기대. 아마 경제학에서 어떤 개념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이처럼 분명하게 모든 다른 가능성을 거부하고, 경제적 현상을 평형의 개념 상자 안에 밀어 넣으려는 충동적인 욕망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욕망은 어떤 과학적 관점에서도 전적으로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사회학적인, 또는 인간의 행동이라는 관점에서는 그나마 덜 기괴하게 느껴진다. 경제학이 자신들이 과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가두어 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시의 실험에서 사회적 동조에 대한 압력이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로 짧은 선을 더 긴 것처럼 보게 할 수 있었듯, 경제학자들 역시 실험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합리적 기대 모델이, 실제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믿게 되었을 수 있다...
나는 맹자, 육상산, 왕양명으로 이어지는 유가의 심학(心學) 라인도 진화론적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진화론적 신비주의를 가장 분명하고 종합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인물은 켄 윌버일 것이다.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신비주의가 존재한다. 오직 초월과 신성(the Light)과의 합일만을 가르치는 신비주의가 있고, 초월적인 것과의 합일을 존중하면서도 물질 속에서 은총으로 변형되는 신성이 탄생함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신비주의'가 있다. 역사는 첫 번째 신비주의가 계급제도, 불평등, 부정의와 손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주의에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환상이고, 그런 세상에서 초월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오직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비..
「일상에서 생심동념이 없고 상을 벗어나 인연을 쉬고 분별망상을 하지 않는 일은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삼매의 경계에서만 가능한 일이지, 일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삼매의 선정에서 일어나는 즉시 생심동념하고, 상을 취하고, 반연(攀緣)하며, 분별망상하는 것이 인간의 의식활동의 본령이다. 만약에 일상에서 생심동념하지 않고, 상을 취하지 않으며, 반연하지 않고, 분별망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상태를 인사불성의 상태나 식물인간의 상태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인사불성의 상태나 식물인간의 상태에서도 인간의 하의식은 끊임없이 활동을 하여 생심동념을 일으키고 상을 취하고 반연하며 분별망상을 하는 것이다. 이런 두뇌의 활동이 정지되어 뇌파가 끊어지면 우리는 사망이라고 판정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