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에서, 학생 김근태
―(리영희) 대공분야 수사기관 요원들의 인간형은, 아까 말한 대로 그들은 한마디로 사디스트라니까! 인간을 벌레처럼 학대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성적 상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병적 인간들을 사디스트라고 하잖아요? 사디스트가 아니면 인간을 그렇게 벌레처럼 대할 수 없어요. 적어도 생명과 감정과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간이라면 상대를 그렇게 원수처럼 취급할 수가 없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교육수준이니 뭐니 말하기 전에, 한국의 반공주의에 첨병에 섰던 각종 대공기관 종사자들은 예외없이 사디스트라고 생각해. 그네들은 구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간형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실존적으로 말하면 그들도 광적 반공주의와 그 체제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들도 존재론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