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한 가벼운 자본주의 시대, 액체 근대
「물론 이런 상황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노동인생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것은 태곳적부터 그랬다고. 그러나 오늘날의 불확실성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새로운 유형이다. 우리의 생계와 장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지도 모를 이 두려운 재앙은 쫓아버릴 수도 없는, 논쟁하고 합의하고 강제하여 얻은 조치들을 통해 단결하여 파국의 정도를 완화시킬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다. 가장 끔찍한 재앙이 제멋대로 강타하면서, 기괴한 논리로 혹은 도무지 논리랄 것도 없이 희생양을 골라 변덕스럽게 주먹을 여기저기 휘두르기에, 누가 끝장날지 누가 살아남을지 예상할 도리가 없다. 오늘날의 불확실성은 강력한 개인화의 힘이 되고 있다. 통합하기보단 분리하며, 다음날 눈을 떠보면 어떤 식으로 분리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