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밤 바람 세차게 불자 안 그래도 서럽던 낙엽 데구르르 구르며 구슬프게 울다 12/11/12
청소 노동자가 사라락 사라락 낙엽을 쓸어담고 있다. 가을이 뭉텅 뭉텅 커다란 투명봉투에 꼼짝 마라 갇혀있다. 겨울이 기회는 이때다 하고 냉큼 가을의 자리를 빼앗는다. 가을빛 채색이 빗질에 엷어지는 아침. 12/11/12
비는 내리고 얼마 안 남은 단풍잎도 다 떨어져 간다 아무리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써도 우리 삶도 언젠가 툭― 가지에서 떨어질 것이다 두려운 것은 채 곱게 물들지도 못한 채 가지에서 떨어져 어느 낯선 골목에서 이리저리 뒹굴다 잊혀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속에 책갈피로 남지도 못한 채 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