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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집으로 돌아가는 캄캄한 밤길, 못 보던 하얀 고양이가 길가에 앉아있다. 나를 보더니 놀라 잽싸게 도망칠 자세를 취한다. 나는 고양이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멀찍이 돌아서 길을 걷는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오히려 쪼르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얌전히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만져달라는 것이겠지. 이따금 집에 가는 길에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 이렇게 만져달라고 보채곤 한다. 쪼그려 앉아 쓰다듬어 준다. 흐뭇해하는 하얀 고양이. 겨울로 접어드는 춥고 까만 밤 고양이도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웁다. 고양이는 나보다 앞서 걸으며 나머지 길을 에스코트해주었다. 12/11/19 다른 고양이 글 보기
우리말은 원래 이렇게 정겹고 쉽고 살갑다. / 허무하거나 신경질적이거나 어둡지 않은 문학, 포근한 문학, 고상한 번역투보다 소박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문학을 읽고 싶었다. 따뜻하다. /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지만, 또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그립다. / 1960년 11월 5일 초판발행. 출판사는 백수사. 값은 900환.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는 세로 쓰기로 된 판본으로 읽다. 12/11/12 * 오영수, 를 읽고. 2013/01/12 - 오영수 단편집
새들도 춥지 않을까 싶은 추위가 주중 내내 계속되었다 서울의 그늘진 추위는 유독 매섭지 않은가 하고 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서울 추위가 서럽다며 내가 어쩌다가 따뜻한 고향을 두고 여기까지 흘러왔나 하는 하드보일드한 감상이 든다는 답장이 왔다 내 고향은 추웠다 영하20도까지 떨어졌다는 어느날 신문기사에 고향이 나왔었다. 그 기사 말미에 인터뷰에 응한 80대 모 할아버지 왈, "아 요즘 겨울이 겨울인가. 이 정도는 추워야 겨울이지!" 아이고, 할배요! 고향의 쨍쨍 얼어붙는듯한 그 추위는 할배의 시원스런 허세처럼 상쾌한 맛이 있었다 그 추웠던 곳, 산골소년의 기개는 다 어디갔는지 난 지금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벌벌 떨고 있다 그 사람과 다르게 난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흘러온 것인데 뭔가 계란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