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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교회 측이 세상에는 신이 없다거나, 그 누구도 십계명을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우린 루시퍼를 경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극받는 건 이해한단 말이야. 그런 종류의 금언에는 그들이 이단이라고 소리치는 게 이해가 된다고. 근데 실상은 어때? 그들을 가장 분노케 하는 게 뭐냐 이 말이야. 배교, 성체에 대한 부정, 무신론 이런 거? 아니, 복음주의적 가난을 실천하자는 목소리에 가장 분노하고 있지. 또 겸손, 희생, 신과 민중을 섬겨야 한다는 말 따위에 가장 분노하고 있고. 누구라도 그들에게 권력과 돈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광분하고 있어. 이게 바로 그들이 이단들을 그토록 맹렬히 공격하는 이유야. 젠장, 가난의 성자 프란치스코가 화형대에서 불태워지지 않았다는 걸 오히려 기적으로 여겨야 할 판이야..
「(일라이) "현대사회에는 신비가 남아있지 않아. 과학의 세례를 받은 세대가 신비를 모두 죽여버렸지. 합리주의자는 불확실성과 미지를 숙청하고 쫓아냈어. 지난 수백 년간 속 빈 종교가 어떻게 되어 갔는가를 봐. 신은 죽었다 ― 사람들은 말하지. 맞는 말이야. 그는 살해당하고, 암살당했어. ... 그리하여 종교도 사라졌어. 종교는 이제 끝이야. 그리고 우리가 내팽개쳐진 곳을 봐. 끔찍한 하늘 밑에서 외톨이가 되어, 그저 삶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잖아. 그저 종말만을."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교회에 가." 티모시가 말했다. "습관적으로. 두려움에서. 사회적 필요에 따라. 그들이 자신의 영혼을 신에게 내보이던가? 네가 신에게 네 영혼을 열어 보였던 적이 언제야, 티모시? 올리버 너는? 네드는? 그리고 ..
「1592년 5월 23일, 베네치아. 가톨릭 종교재판소의 곤돌라 한 척이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수도사 한 명을 산 도메니코 디 카스텔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다. 손님을 맞는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같은 종단 형제들의 따뜻한 환대를 누리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포로로서 곧장 지하감옥으로 끌려가 이른바 '마녀'와 난봉꾼과 미치광이들과 함께 감금되었다. 브루노는 감방 동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나중에 한 동료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했어요, 세상이 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신도 세상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요. 그리고 세상이 없는 신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들을 창조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교회의 유한한 우주론에 맞서 우주가..
'조폭 전용교회'를 개척하는 안홍기 목사는 소싯적 조폭 보스가 꿈이었으며 본인도 인정하는바 "그야말로 개망나니"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도 아이티 구호활동은 겁나는 일이었나 보다. 아이티에서 "정말 지구 최악의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수백 명씩 길바닥에 나뒹굴고 폭동과 테러가 끊이질 않으며 콜레라가 도는. 그는 머리맡에 팔 길이만 한 칼을 두고 잠을 잤으며, 콜레라에 대해서는 "병에 걸릴 놈은 별의별 짓을 다 해도 걸리고, 안 걸릴 놈은 별의별 짓을 해도 안 걸린다고" 믿었다고 한다. 굉장한 믿음이요, 배짱이다. 이 정도는 돼야 조폭들을 순한 어린양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꿀 수 있나 보다. 그 밑에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 조폭들의 꿈은 그를 한번 '형님'이라고 불러보는 것이라고 한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