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익명의 성자는 화형당하고 있다
"교회 측이 세상에는 신이 없다거나, 그 누구도 십계명을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우린 루시퍼를 경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극받는 건 이해한단 말이야. 그런 종류의 금언에는 그들이 이단이라고 소리치는 게 이해가 된다고. 근데 실상은 어때? 그들을 가장 분노케 하는 게 뭐냐 이 말이야. 배교, 성체에 대한 부정, 무신론 이런 거? 아니, 복음주의적 가난을 실천하자는 목소리에 가장 분노하고 있지. 또 겸손, 희생, 신과 민중을 섬겨야 한다는 말 따위에 가장 분노하고 있고. 누구라도 그들에게 권력과 돈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광분하고 있어. 이게 바로 그들이 이단들을 그토록 맹렬히 공격하는 이유야. 젠장, 가난의 성자 프란치스코가 화형대에서 불태워지지 않았다는 걸 오히려 기적으로 여겨야 할 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