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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생명 연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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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 강제로 영양을 주입하는 방법으로는 위루술과 비강영양, 그리고 중심정맥영양(목의 혈관에서 심장까지 튜브를 넣어 영양을 보급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들을 실시하는 의료인의 심적 배경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가족들 역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그냥 보앨 수는 없다'는 죄의식과 의무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가족, 특히 자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연세가 얼마나 많건 자식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닥쳐온 '죽음의 절차'가 너무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챙겨드릴걸, 좀 더 효도할걸······.'

이런 자책감 탓에 조금이라도 생명을 더 연장시키고자 강제 인공영양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의료 측과 가족 사이에 의논이 끝나고 '강제적인 생명 연장'으로 결론이 날 때까지 환자 본인의 의사는 그다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분이 과연 만족하고 행복해할가요?"라고 묻기라도 하면 별소릴 다한다는 식으로 쳐다본다. 그 표정에 담긴 뜻은 대략 이렇다.

'어차피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니 그런 건 문제가 안 된다. 다만 뒤에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만족하느냐, 얼마나 후회하지 않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식으로든 환자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위루를 선택하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위루술을 선택하는 경우,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내내 환자를 돌본다면 몰라도 그냥 시설에 툭 맡겨놓은 채 '그저 살아 있기만을' 바란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명을 연장해가고 있는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좀 더 솔직해져보자.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는 정말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생명 연장인가?」*

14/05/23

* 나카무라 진이치,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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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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